남북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지난달 중하순,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 백발의 50대 남성이 북한 평양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한국 사람으로 보였지만 한국인도 북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평양에서 며칠 머물며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만났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1급 비밀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직속상관인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현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여기엔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최근 판단과 각종 동향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노동신문 통해 모습 드러낸 ‘대북 저승사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5월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을 만난 자리에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배석해 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어도 유창한 만큼 김정은과 폼페이오의 대화를 통역한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김은 북한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된 KMC 초대 센터장을 맡아 북-미, 한미 간 극비 물밑 접촉을 주도해왔다. 조선중앙TV 캡처>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이 백발 남성이 처음, 그것도 평양에서 노동신문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9일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을 때 바로 오른쪽에 배석했던 것.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보 수집 및 전략 업무를 실무 총괄하는 CIA 산하 ‘코리아미션센터(Korea Mission Center·KMC)’의 센터장 앤드루 김이다.
그는 8일 평양에 도착했을 때도 모습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을 공항에서 영접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측 인사들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에 앞서 미리 평양으로 가 북-미 회담 관련 물밑 조율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9일 김정은-폼페이오 면담장에서 김영철의 카운터파트 격으로 앉아 있었다.
한국에서 고교(서울고) 1학년까지 다니다가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앤드루 김은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도 능통해 이날 회담에서 통역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를 만난 정치권 인사들은 “한국어로 일상 대화를 하는 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모르고 보면 그냥 한국 사람 같다”고 전했다.
○ 북-미 회담 앞두고 비핵화 협상 실무 조율한 듯
외교가 인사들은 앤드루 김이 막후에서 북-미 회담 실무 조율을 전담했을 것으로 대부분 보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CIA 한국지부장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자를 거쳐 지난해 초 퇴직했지만 5월 KMC 창설과 함께 현업에 전격 복귀했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그의 대북 노하우를 높이 사고 있는 것이다.
그의 현역 시절 별명이 ‘대북 저승사자’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