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강경모드'서 수위 낮춰
트럼프, 트위터에 완화 메시지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 부상
전날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공식 외교 라인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한층 완화된 메시지가 나오자 곧바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날까지만 해도 필요할 경우 군사적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강한 어조로 대북 무력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던 것에서 하루 만에 북한의 태도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쪽으로 발언수위를 낮춘 것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강력한 비난 공방을 주고받았던 두 나라가 다시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면서 완전히 물 건너 갈 것 같았던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매우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것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번영과 평화로 이어질지 곧 보게 될 것”이라며 “단지 시간(그리고 수완)이 말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북한의 태도에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이 있다며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으로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 8시간 후 나온 김 제1부상의 담화문이었다.
김 제1부상은 담화문을 통해 “조미 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조선반도(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 싶다”면서도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역사적 뿌리가 깊은 조미(북미) 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 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정상회담)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대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로 전날까지 거칠게 미국 고위 당국자들을 몰아붙이고 ‘핵 대 핵’ 대결을 위협했던 것과 비교할 때 눈에 띌 정도로 대미 ‘저자세’를 보일 만큼 절제된 표현과 수사를 사용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종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결정하게 만든 원인으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부장이 직전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 않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김 제1부상의 담화문은 최근 북한이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맹비난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듯한 언급도 있었다.
김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 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해왔다”면서 “‘트럼프 방식’이라는 것(비핵화 방식)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두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표명한 만큼 두 나라가 곧바로 정상회담 재개 분위기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해야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표명한 대로 최강 수위의 대북압박을 지속하되 물밑 대화접촉을 통한 분위기 전환을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이날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N의 한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기존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고 나중에 다른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우리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