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취소통보,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는 협상술 연상케 해
트럼프서한, 회유·압박 뒤섞은 롤러코스터식 '거래의 기술
'롤러코스터식 급반전 끝에 북미정상회담이 5월 27일 본궤도에 오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북미정상회담 기사회생의 모멘텀을 제공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란한 협상술을 통해 북미회담의 주도권을 다지면서 '중국 역할론'에 제동을 거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도권을 내줄 바에는 아예 판을 깨겠다는 식으로, 강공책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이고 결국은 양보를 끌어내는, 사업가 특유의 협상 기술이 돋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북한이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자신을 '거래의 달인'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느닷없는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는 그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언급한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는' 협상전술 그대로였다.
이튿날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대화 의지를 내비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환영 의사를 표명하면서 정상회담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전 세계가 들썩였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롤러코스터식 입장 변경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통상의 외교적 접근법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의 '럭비공 행보'에는 일정 부분 협상의 포석이 깔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애초부터 북미정상회담을 완전히 무산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도면밀하게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막강한 국력과 맞물리면서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극과 극' 협상술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대목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이다. 외견상으로는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회유와 압박을 적절히 섞은 협상술이 배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우리의 것이 매우 엄청나고 막강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며 사실상 '핵 협박'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바꾸게 된다면 주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해 달라"며 여지를 남겼다.
또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사례를 거론하며 "아름다운 제스처였으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북한에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격 요법'을 통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노벨평화상 후보론'과 맞물려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매달리는 모양새에 선을 긋고 대북 협상력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북미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거리를 두면서 북미 양자 게임으로 구도를 한층 명확하게 설정한 것으로도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