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전 귀국했다던 한인 모자…美 백인 남편이 살해 자백 -
최신 유전자 분석기법으로 장기 미제사건 해결
98년에 4개월 차 시신 발견 작년 DNA 분석서 모자 확인 친척통해 신원드러나 재수사 한인 여성의 남편 범행 자백
노스 캐롤라이나(NC) 오렌지 카운티(채플힐-힐스보로 지역) 보안국의 한 수사관의 끈질긴 집념으로 20년 동안 미제 사건으로 묻혀있던 한인 모자 피살 사건이 해결되었다.
1998년 5월 아시안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스파르탄버그 인근 I-85 고속도로변 한 숲속에서 발견됐다.
시신 부검 결과 숨진 여성은 아시안으로 사인은 질식사였다. 여성의 손에서는 묶인 자국도 발견됐다. 시신은 나체 상태였고 목에 졸려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개월 후인 1998년 9월 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200여 마일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 미베인(Mebane) 인근 I-85 고속도로 옆 대형 광고판 아래서 한 어린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열살 안팎 소년의 백골화된 시신이었다.
잔디를 깎던 인부들이 시신을 처음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부검 결과 질식사였다. 이 사건은 '빌보드 아래 묻힌 소년(The Boy Under the Billboard)'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세간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사건 당시 두 시신이 살해당한 정황은 있었지만 살해된 이유, 용의자 그리고 피해자들의 신원조차도 확인이 어려웠다.
<한때 단란했던 모자. > |
당시에는 유전자 감식에 의한 DNA 추적 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린이 시신의 경우 그 당시 해당지역인근에서 어린이 실종신고 등이 들어온 사실이 없어 신원확인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어린이 시신이 발견된 미베인(Mebane)에서 불과 10여 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오렌지카운티 보안국(힐스보로 소재)의 팀 혼 수사관은 이 사건이 발생한지 20년 동안 사건 기록 파일 박스를 자기 책상 밑에 놓고 틈틈히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자리를 앉고 일어날 때마다 박스가 발에 닿아 피살된 어린이를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러 그 어린이를 잊어버리지 않게 사건 기록 박스를 자기 집무실 책상 밑에 두었던 것이다.
20년 동안의 미제 사건(cold case)는 DNA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팀 혼은 아이의 부패한 시신에서 나온 곤충과 뼈에서 나온 DNA를 레이 벤터 박사에게 보냈다. 벤터 박사는 DNA 데이터베이스 분석 전문가로 이미 골든 게이트 연속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등 명성을 얻고 있었다.
벤터 박사는 지난해 2018년 12월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에 성공하였다.
<팀 혼 오렌지 카운티 보안국 수사관. 그는 20년 동안의 미제 사건을 끈질긴 집념으로 해결했다. > |
유전자 조사 결과, 숨진 소년이 아시안 백인 혼혈 1세대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 해당 유전자를 온라인 DNA 혈족(family tree) 분석 서비스 업체에 의뢰해 아이의 부모의 사촌이 하와이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현지 경찰의 협조로 이 친척을 찾았다.
오렌지 카운티 보안서의 팀 혼은 지난해 12월 26일 하와이의 친척에게 전화를 해 그친척으로부터 이 미제 사건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얻었다. 아이의 이름을 알았다. 그 친척은 아이가 “엄마와 함께 한국에 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하이오에 아동의 조부모 계통의 친척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오하이오 친척을 접촉한 팀 혼은 오하이오에 있는 아이의 친척이 “보비의 어머니가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갔다고 믿었기 때문에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혼은 바비의 친척들로부터 말을 듣고 엄마 조씨도 살해당했을 수 있다고 보고 다른 미제사건들의 유전자 대조작업을 벌인 결과 미제로 남아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이 한국인 조씨임을 밝혀냈다.
한국경찰과 인터폴의 협조로 여성은 조명화씨고 소년은 조씨의 아들 로버트 애덤 위트(당시 10세)로 밝혀졌다. 이들은 오하이오에 살고 있었다가 후에 노스 캐롤라이나 샬롯 인근 레이크 노먼 부근에 이주해와 살고 있었다.
사건을 전달 받은 스파르탄버그 카운티 보안국은 지난주 연방 교도소에 수감중인 조씨의 남편을 찾아가 추궁한 끝에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이 남성의 용의자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미 무장 강도죄로 연방교도소에서 복역중인 상태다. 그는 2037년까지 가석방 자격이 없다. 팀 혼은 화장되어 재로 보관되어 있는 아이의 유해를 오하이오에 보내 그곳에 있는 조명화의 모친(2009년 사망)의 묘소 옆에 묻기로 했다고 했다. 조명화씨 유해도 그곳에 묻히기로 했다.
팀 혼은 지난 2월 1일자로 30년 동안 몸담아 왔던 보안국에서 은퇴했다. 원래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은퇴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 사건 해결을 위해 일부러 은퇴 시기를 늦추었다. 그는 마지막 수사가 종결되어 큰 짐을 벗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어린 아이가 그의 가족 품에 돌아가게 되었고, 이제 그의 친척들은 아이의 영혼을 애도하고 꽃이라도 놓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