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리, 노스 캐롤라이나 =
지난 125년간 NC 주 의사당 앞에 우뚝 솟아있던 남부연합군 병사상이 지난 6월 21일 철거되었다. 그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NC 주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던 이 기념물을 포함한 여러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를 요구해 왔었다.
이에 쿠퍼 주지사는 전날 공공 안전을 위해서 이 기념물의 철거를 지시했다.
철거 현장 작업원들은 크레인과 트럭 등을 동원해 높이 75피트(약 22미터)의 오벨리스크 석물 기둥 위에 세워져 있던 병사상을 끌어 내렸다.
남북전쟁 후 노스 캐롤라이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 기념상은 남북전쟁에서 전사한 남부군 NC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주민 성금을 모아 1895년에 건립되었다.
지역 언론들은 이번 철거로 지난 한 세기 이상 잔존되어 왔던 인종 분열을 치유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새로운 변화의 길을 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우리는 단지 희망을 숨쉬고 싶어 했어요” 라며 “나는 랄리에서 태어나 한 평생 줄곧 이 기념상을 보고 살아왔습니다. 이제 역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기쁨니다” 라고 말했다.
이날 꼬박 거의 24시간이 걸린 철거 작업 현장에는 100여명의 군중들이 모여 병사상이 내려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철거 작업 매 순간 순간의 역사적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랄리 거주 사진 전공 학생인 미셀 콜린스(36)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는 “아직 인종차별이 남아 있어요. 병사상이 철거되든 아니든 말입니다. 정치인들은 진정한 인종차별을 없애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사나 터거는 첼로를 들고 와 연주했다. 그는 “결국 철거되었네요. 큰 사건이지요. 랄리에서 태어나 평생 줄곧 보아 왔습니다. 우리가 제대로된 역사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기뻐요”라고 말했다.
쿠퍼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백인 우월주의 기념물은 더 이상 국가 충성의 마당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것은 지난 시간이 되었다. 이 고통 스러운 기억물은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철거되었다” 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기념상도 역사적 유산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토니 모핀(72)은 그의 증조모가 남부연합군 병사상 건립 기금 모금 위원회 위원장이었다며, 기념상이 철거되는 것을 보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증조모가 아들을 1862년 전투에서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의 또 다른 한 페이지가 지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역사는 새로운 정파에 의해 색칠되지요. 나는 좋은 역사든 나쁜 역사든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울 수 있게 말이죠”라고 말을 맺었다.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는 2015년 주 공화당 지배 주의회에서 공공장소에 서있는 남부연합 기념상 철거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 시킨바 있다.
2018년에는 ‘노스 캐롤라이나 역사위원회’가 주 의사당 광장 앞에 있는 남부연합군 병사상 및 주변 2개 기념상의 보존을 의결했다.
공화당 소속 댄 포리스트 부지사는 쿠퍼 주지사의 행동을 ‘지독한 불법’ 이라고 비난했다.
남부연합의 NC 여인 기념상도 철거돼
이와 함께 이날 ‘남부연합의 NC 여인 기념상(Monument to North Carolina Women of the Confederacy)’도 철거되었다. 이 기념물은 14세의 어린 소년과 나이든 여성을 조각한 것이다. 1914년에 주 의사당 앞 뜰에 세워졌다.
이 기념상은 아들을 전장으로 떠나 보낸 어머니의 고난과 희생을 묘사하고 있다. 어린 소년의 손에 는 검이 쥐어져 있고, 나이든 여성은 손에 책을 들고 있다. 나이든 여성은 역사의 증언자로서 남북전쟁의 역사를 어린 소년에게 알려주고 있다.
와이어트 상도 철거
한편 같은 날 와이엇트(Wyatt) 동상도 철거되었다. 와이엇트는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 남북전쟁 출정 첫 전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