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진원지 중 하나로 지목된 육류 공장이 사람 대신 로봇으로 생산 과정을 대체하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축산 기업 타이슨푸드(타이슨)가 육류 손질 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중서부 조사센터(The Midwest 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에 따르면 타이슨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이날 기준 8900명에 육박했다.
미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중 타이슨을 포함한 전체 육류 공장 관련 확진자는 1만7300명이 넘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29개주에 있는 육류 공장에서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직원 1만7300명 이상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91명이 사망했다.
CDC는 “전체 육류 공장 노동자 중 9%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4월 말 육류 공장이 봉쇄되면서 미국 내 육류 생산량이 3분의 1 이상 줄어들어 슈퍼마켓에선 ‘고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고기를 직접 손질하는 과정을 맡았던 직원들이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했다. 기업들은 부랴부랴 직원들을 위해 개인 보호 장비와 가림막 등을 마련했다.
특히 타이슨은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이 손으로 하던 고기 손질 공정을 아예 로봇이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미국 내 최대 육류 제품 회사인 타이슨에서는 직원 12만2000명이 직접 칼과 톱 모양 도구를 이용해 고기를 손질한다.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5파운드(약 2.3kg)를 손질해 육류 제품 1파운드(약 450g)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정을 자동화하는 연구는 3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노엘 화이트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여파로 자동화 연구에 더 힘을 쏟기로 했다”고 말했다.
육류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는 점도 자동화를 촉진하는 유인이다. 육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이민자들이다. 이중에는 불법 이민자도 많아 육류 공장의 연 평균 이직율은 40%에서 높게는 70%에 달한다.
미국의 다른 축산 기업 JBS USA의 안드레 노궤이라 CEO도 “지난 5년간 자동화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압력은 미국 내 가용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타이슨 연구팀은 뼈를 발라내는 로봇 공정이 완성되면 일주일에 닭 3900만마리를 손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자동화 과정이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아직까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동물 사체를 로봇이 사람만큼 정교하게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 손질처럼 정교한 칼질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아직도 대부분 사람의 손에 맡겨지고 있다고 한다.
마크 로릿슨 국제식품상업노동조합(UFCW) 부대표는 “숙련된 노동자는 필레 미뇽(값비싼 뼈가 없는 쇠고기 부위) 같은 부위를 뼈에 거의 상처를 내지 않고 잘라낼 수 있다”며 “가격이 파운드당 5달러(약 6000원)에서 19센트(약 230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기계보다 사람을 쓰는 게 비용 대비 이익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