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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듀대 기숙사에서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유학생 A씨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NBC화면 캡처] |
미국의 한 명문대 기숙사에서 살인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0대 한인 유학생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5일(현지시간) AP통신과 경찰 발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50분께 인디애나주 퍼듀대학 웨스트 라피엣 캠퍼스 내 기숙사 중 한 곳인 맥커천 홀의 한 숙소에서 걸려온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 타살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기숙사 1층 방 안에서 숨진 버룬 매니쉬 체히다(20·남)를 발견하고 룸메이트인 한인 남자 유학생 A씨(22·미국명 Jimmy Sha)를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체다의 사망 사실은 A씨가 이날 새벽 0시 45분께 직접 911에 전화해 알렸다.
퍼듀대학 소재지 웨스트 라피엣을 관할하는 티페카누 카운티 검찰은 13일 퍼듀대학 4학년생 버룬 매니쉬 체헤다(20) 사망 사건과 관련, 체헤다의 룸메이트인 A씨를 1건의 살인 혐의로 정식 기소하고 보석금 책정 없이 수감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심리에서 티페카누 카운티 법원 새라 와이어트 예심판사는 A씨에게 "유죄 판결시 징역 45~65년형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지역매체 '저널앤드쿠리어'는 전했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보안 전공 3학년생인 A씨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인디애나폴리스 출신의 인도계 체헤다와 남자 기숙사 맥커천홀 1층의 2인실을 함께 사용해왔다.
NBC방송은 경찰 조서를 인용, "경찰은 A씨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의자에 앉은 채 숨져있는 체헤다를 확인했다"며 "체헤다의 머리와 목 여러 군데에 자상과 열상이 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방바닥에 선혈이 낭자했고 벽에도 혈흔이 있었다"며 경찰은 방바닥에서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를 수거했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A씨가 수거한 흉기를 본인 소유라고 인정했고, 현장에서 살해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는 아직 불분명하다.
A씨는 앞서 지난 7일 첫 심리를 위해 법정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에게 "협박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NBC방송과 폭스뉴스는 보도했다.
A씨는 또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 "내 가족을 사랑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헤다와 A씨는 모두 2020년 대학에 입학했으나 체헤다는 월반으로 3년만에 졸업하게 됐다고 지역매체들은 전했다.
한편 체헤다는 사건 발생 직전 친구들과 음성 채팅이 지원되는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친구들은 "갑자기 비명이 들리고 체헤다가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A씨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으로, 사이버 보안을 전공하는 3학년생이다. AP통신은 A씨가 서울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A씨는 두팔을 뒤로 한 채 경찰서로 들어가기 전 한 기자로부터 “왜 이런 일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난 가족을 사랑한다”라는 말만 몇차례 반복하는 장면이 현지 NBC뉴스의 화면에 잡혔다.
A씨는 현재 인디애나주 티피커누 카운티 교도소에 보석금없이 수감돼 있다.
숨진 피해자 체히다는 인디애나폴리스 출신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4학년생이다. A씨와 체히다는 기숙사 2인실을 함께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경위와 체히다의 직접적 사망 원인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부검을 실시한 검시소 측은 체히다가 날카로운 힘에 의한 치명적 외상을 여러차례 입어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타살로 추정했다.
퍼듀대학 경찰 책임자 레슬리 위트는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공격으로 보인다”며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매체 인디애나폴리스 스타는 “체히다는 2020년 인디애나폴리스의 사립 고등학교 파크 듀더 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퍼듀대학에 진학한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었다”며 지역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미치 대니얼스 퍼듀대학 총장은 “최악의 비극이 발생했다”며 유가족과 이번 참사의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학생들에게는 정신 건강 상담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퍼듀 대학은 올 가을학기에 대학과 대학원을 포함, 5만여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다. 퍼듀 대학 구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은 2014년 한 학생이 권총에 피격된 일이 일어난 이후 8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