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정부가 자국 영토에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현재 추락 원인과 피해 상황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선 대표적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의 참전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지대공미사일이 벨라루스 영토에 낙하됐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S-300 미사일이 이날 오전 벨라루스 남서부에 있는 브레스트주 이바노보 마을 인근에 떨어졌다. 아직 사상자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즉시 보고받은 뒤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추락 원인 등을 조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최근 폴란드에서 발생한 사건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국 방공시스템이 해당 미사일을 격추했는지 아니면 불발됐는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폴란드에 실수로 발사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달 15일 우크라이나 S-300 미사일 2발이 서부 르비우와 인접한 폴란드 동부 접경 프셰보도프 마을의 곡물창고에 떨어져 2명이 숨진 바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의해 발사된 요격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벨라루스 영토에 떨어질 무렵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최대 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하고 있을 때”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는 과정에서 벨라루스 영토로 잘못 발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이날 오전부터 수도 키이우(키예프),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서부 도시 르비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100발이 넘는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올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이어 종전을 위한 평화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발언한 지 불과 4일 만이다.
일각에선 벨라루스의 참전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참전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벨라루스는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시작한 이후 자국 영토 일부를 미사일 발사대로 쓰도록 제공하는 등 협조하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19일 3년여 만에 벨라루스를 직접 방문한 점도 벨라루스의 참전을 요구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퇴각하는 수모를 겪은 이후 한 주에 한 번꼴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기반 시설을 목표로 대규모 공습을 퍼붓고 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키이우 폭발로 인해 14세 소녀를 포함해 최소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클리치코 시장은 주민들에게 정전에 대비해 물을 저장하고 휴대폰을 충전해두라고 권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피해는 커지고 있다. 키이우에서 최소 3명이 다치고, 폴란드 접경지 르비우에선 도시 대부분이 전기가 끊겼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12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적이 공중과 해상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