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손목 위의 시계를 보면서 산다. 하루 24시는 어김없이 다음날에도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시간이 무한정 반복되고 또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오전 10시는 내일 또 돌아오기 때문에.
그러나 손목시계 대신 모래시계를 차고 있다면 어떨까?
한번 흘러 가버린 시간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매일 사라져 버리는 그 모래알은 내일 다시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모래시계를 차고
있다면 우리는 결코 가벼이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모래시계가 주는, 없어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시간의 아까움을 현실적으로 깨닫게 해 준다.
같은 모래시계를 상념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니체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네가 지금 살고 있고, 살아왔던 이 삶을 너는 다시 한번 살아야만 하고, 또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할 것이다 : 거기에 새로운 것이란 없으며, … 영원한 모래시계가 거듭해서 뒤집혀 세워지고. … 너도 모래시계와 더불어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니체전집 권12. <즐거운 학문> p. 315. 책세상. 2005년)
니체는 그의 중심 사상인 ‘영원회귀’를 설명하기 위해 모래시계를 예로 들었다. 즉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과 권태의 반복, 그리고 나태해짐이 마치 모래시계처럼 반복되는 똑 같은 삶 때문이라고.
24시간 마다 영원히 반복되는 그 모래시계의 삶에서 하루 중 생명력이 가장 충만한 정오가
되면 새로운 생의 의지를 가지고 재탄생하는, 24시간 마다 거듭 재탄생하는 인간을
주창했다.
그는 이렇게 선언한다
“나의 벗들이여, 나는 영원회귀를 가르치는 교사니라. 이를 테면 : 나 모든 사물이 영원히 회귀하며 너희 자신도 함께 회귀한다는 것을 -. … 모래시계가 그렇듯이, 수명을 다하고 종말에 이르러서는 거듭해서 원래 상태로 되돌려지는 거대하고 장구하며 어마어마한 생성의 해(年)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이다” 라고.
(니체전집 권17. 유고<1884년 초 ~ 가을> p.27. 책세상. 2004년)
그가 가르치고 있는 것은 그의 철학의 핵심 사상인 이른바 “위버멘슈”이다. 내부에서 올라
오는 생명에의 충동, 즉 ‘힘에의 의지’를 가진 인간이다.
그러나 니체의 ‘다시 거꾸로 세우고, 또 거듭 거꾸로 세우는 모래시계’가 아니라 한 번 세우
면 영원히 계속되는 모래시계를 세우면 어떨까. 그러면 남아 있는 모래알에 스스로 인생의
경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기대 수명이 100세라면 100년 동안 모래알이 내려 가는 모래시계를 세우면 어떨까.
그러면 확실히 남아 있는 자신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삶의 소중함과 시간의 외경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선 100년 짜리 모래시계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것을
만들어 자신의 컴퓨터 데스크탑 화면에 깔아 놓고, 매일 열어보는 컴퓨터 첫 화면에 걸어 놓으면 될 것이다.
니체의 영원히 회귀하는 시계가 아니라, 사라 없어져 가는 시계를. 그러면 생의 외경감이
니체보다는 더 많이 생성될 것 같다.
시간의 흐름 속에 살아 없어져 가는 자신의 존재를 들여다 보면, 남은 삶을 다시 굳건한 의
지로 경건하게 모색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그러면 남아 있는 마지막 생을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 처럼 “인간은 다른 사람처럼 되려고
하는데 자기 잠재력의 4분의 3을 상실한다.”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용기있게 살아가는
계기가 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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