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웨이모 제공 |
미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자율주행 업체 ‘아르고 AI’는 2016년 설립 후 포드와 폴크스바겐으로부터 36억달러 투자를 받으며 자율주행 분야 선두 주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아르고 AI는 지난해 10월 전 직원 2000여 명에게 ‘사업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한때 ‘자율주행’이란 말만 붙으면 돈이 몰렸던 자율주행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미 포드의 존 라울러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완전 자율주행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엔 너무 먼 여정이 남았다”며 “사람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이상(완전 자율주행)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운전자를 돕는 수준인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구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자율주행 업체들 |
자율주행 업체에 대한 평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사업을 이끄는 웨이모의 경우 2019년 2500억달러로 치솟았던 기업가치가 2020년 307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자율주행 업체들의 추락에는 경기 침체 같은 외부 요인도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의 더딘 발전이 핵심 원인이라는 평가다. 자율주행 전문가인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자율주행 업체는 딥러닝(기계학습)을 통해 AI를 학습시키는데 이는 일종의 암기”라며 “유사한 상황이 충분히 학습될 때 효과가 있지만 3차선을 가로지르는 차량, 사슴, 독수리, 드론의 출연처럼 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이 상황은 무한대에 가깝다”고 했다. 포드의 한 기술책임자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를 도심에서 주행하게 하는 것이 달에 사람을 보내기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는 곧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 미 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자율주행 기능 관련 39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자율주행 기능과 연관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 사고는 훨씬 더 많다.
◇ 업계는 유인 반자율주행으로 선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더 현실적인 목표로 선회하고 있다. 완전 무인차 구현 대신 사람을 돕는 AI, 반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간 중심 지능형 운전(HID) 개념을 내세우는 도요타다. AI가 운전자의 동공, 심박수, 땀샘 수축 등을 파악해 위험 시 개입하는 주행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엄격한 법과 규제도 업계가 눈높이를 낮추는 한 배경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시범 운행 중인 미국에서조차 자율주행법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이 만들어진다 해도 정식 운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미 연방 의회 조사국은 해킹, 사생활 보호, 안전 문제 등에 대해 기술적,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자율주행 기술과 사고 연관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정밀한 분석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