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큰돈을 벌거나 크게 잃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성들이다.
정말로 주식투자 성적에 남녀 차이가 있을까.
캘리포니아 주립대 브래드 바버 교수와 테런스 오딘 교수가 2001년 발표한 ‘소년은 소년이다(Boys will be Boys)’라는 논문은 투자 행위에서 남녀 간 차이를 탐구한 선구적인 연구로 꼽힌다. 남녀 성별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거의 금기시된 미국 학계에서 남녀 차이를 직접 거론하는 것이기에 발표 당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3만5000개 증권 계좌에서 6년간 이뤄진 거래를 조사해 성별 수익률과 거래 행태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녀 간 평균 수익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종목 선정이나 이익 달성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면 남녀 간 투자가 완전히 같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가장 흥미로운 차이점은 거래 횟수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주식거래 횟수가 45% 더 많았다. 여성이 100번 주식을 사고 파는 동안 남성은 145번 사고팔았다.
남녀 간 차이는 또 있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변동성 높은 투자를 했다. 여성이 1000원 손실을 보거나 1000원 이익을 본다면, 남성은 3000원 손실을 보거나 3000원 이익을 보는 식이다. 평균 수익률은 남녀가 비슷하지만,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은 남성이 훨씬 높은 것이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거나 큰돈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주로 남성에게서 나오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럼 남성들이 왜 여성보다 더 자주 거래하는 것일까. 논문을 쓴 바버와 오딘 교수는 남성의 지나친 확신과 자만심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사람들은 오를 것이라고 확신할 때 주식을 사고, 내릴 것이라고 확신할 때 판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주 주식을 사고팔았다는 건 남성이 여성보다 주식에 대해 더 많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확신을 가지고 빈번하게 거래할수록 수익률은 낮아진다. 결국 이 연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겸손하고 신중한 사람이 주식 투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