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리노에 차려진 적십자센터의 식량 배급 부스에서 이민자들이 봉사자들로부터 식량을 배급받고 있다. 토리노=EPA 연합뉴스 |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어떻게 하면 덜 노골적인 방식으로 난민에 대한 장벽을 높일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스트리아의 강경책이 주변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게르하르트 카르너 오스트리아 연방 내무부 장관은 주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망명신청자 봉사활동 의무화' 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원래는 망명신청자들이 원하는 경우에만 공공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는데, 이를 의무로 바꾸고 활동 영역도 공공기관에서 비정부기구로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1년간 난민을 더 빨리, 쉽게 추방하는 방식으로 난민 심사 제도를 운영했고, 무인기(드론) 수백 대를 띄워 국경 감시를 강화했다.
다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봉사활동 의무화가 망명신청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언어를 배우고 규칙적인 일상을 누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망명신청자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지역사회에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도 설명한다. 어퍼오스트리아주(州)를 대표하는 볼프강 하트만스도르퍼 의원은 "자신을 받아준 국가에 대한 의무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19일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서 한 이탈리아군이 이주민 수용소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 있다. 람페두사=EPA 연합뉴스 |
'인권침해' 논란 속... 독일 지자체 영향 가능성
그러나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많다. 국제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이 '노동의 대가'처럼 치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치가 시행되면 "(봉사활동을) 거부하는 망명신청자에게는 의식주 등 필수품 제공이 취소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독일 언론 디벨트)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망명신청자들이 기본적인 의식주와 의료, 교육 등에 대한 접근권을 최대 9개월까지 보장받아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법상 망명신청자들은 정착 후 3개월간 어떤 형태의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일한 경제적 지원자인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봉사활동을 가장해 값싼 노동력을 부리려는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오스트리아 이민 연구 권위자인 주디스 콜렌버거는 "사회 통합이 봉사활동 의무화의 목적이라면 차라리 정규직 장벽을 제거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조치는 국경을 맞댄 독일로 확산될 수 있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 중이었는데, 오스트리아의 결정이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