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예비역 공군 소령
“동료 조종사들도 본업은 기술자·교사”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 는 4월 16일 이스라엘 민간인이 전시에는 현역 전투기 조종사로 국방 임무에 헌신하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4월 14일 0시 자신의 신분을 “G 소령”이라고 밝힌 이스라엘의 한 예비역 조종사는 전날 13일 오후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출격 명령을 받고 바로 집을 나섰다.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본업이 변호사인 그는 온통 사방에서 요격된 미사일들이 불덩이로 변하는 공중에서 이란 미사일을 격추하고 일요일 아침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시간 자고 오후 4시쯤엔 직장에 나가 업무 이메일을 발송하기 시작했다.
전투기 비행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다는 G 소령은 350기 이상의 이란 미사일ㆍ드론들로부터 이스라엘 영공을 지켜내는 이번 임무는 자신의 20년 공군 조종사 경력에서 “가장 복잡한 임무였다”며 “내 주변에서 수백 기의 무인기(UAV)와 미사일이 끝없이 요격돼 폭발하는 것은 마치 탑건(top gun)이 스타워스(Star Wars)를 만난 것과 같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란 미사일 요격을 위해 출격을 준비하는 G 소령(왼쪽)/이스라엘방위군(IDF)>
이번 임무는 하나라도 타깃을 놓치면 바로 이스라엘 땅에서 폭발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20년 공군 조종사 경력에서도 가장 복잡했다.
우리는 이란의 막대한 공격에 맞서,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요르단 전투기들과 놀랄 만한 연합을 이뤘고, 완벽하게 방어했다.
나는 야간 임무에 잘 준비돼 있었지만, 아주 낮게 침투하는 크루즈 미사일을 밤에 요격하는 것은 추가로 위험스러운 임무였다.
나도 낮게 날아야 하는데 밤에는 지상의 지형을 식별할 수 없어, 야간 임무에서 타깃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은 늘 어렵다. 센서에 의지해 조종하지만, 어떨 때는 지상의 거리 불빛과 건물들이 보일 정도로 낮게 날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도 이 일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있는데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늘 이런 상황에 익숙해, 소집 명령을 받고 바로 벽장에 비치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이따금 이런 명령을 받지만, 13~14일 밤처럼 극적이지는 않았다.
작년 10월 7일 (가자의 테러집단)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테러 이후 6개월 동안 많은 공중 작전이 있었지만, 이처럼 중요하고 위험한 임무는 없었다.
내가 모는 전투기 주변 사방에서 요격된 이란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불덩이로 변했고, 내가 저고도 비행하면서 발사한 미사일은 바로 코앞에서 적 타깃을 맞춰 엄청난 화염을 일으켰다.
깜깜해서 육안으로는 보이는 게 없는데, 전투기의 레이더에 타깃이 걸렸고, 내가 발사한 미사일은 굉음을 내며 밤하늘을 날아갔다.
1.5초쯤 지나면 미사일에 맞은 타깃이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거대한 불덩이가 일면, 충돌하지 않도록 전투기를 옆으로 기동해야 한다.
나와 동료 조종사는 타깃 2기를 격추했고, 우리 편대는 수 기의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을 떨어뜨렸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지난 14일 한밤중에 저고도로 접근하는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해 파괴하는 장면들/이스라엘방위군(IDF) 제공>
이번 임무는 ‘사냥’에 가까웠다.
내 전투기가 격추되는 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됐지만, 타깃을 하나라도 놓치면 텔아비브나 예루살렘, 다른 전략적 타깃이 맞게 된다.
두 번째 기회란 없었고, 모두 제거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결과는 우리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번 야간 저고도 미사일ㆍ드론 요격은 내가 완수한 가장 어려운 임무 중 하나였다. 타깃을 발견하는 것도 매우 어렵지만, 지상 건물이나 동료 전투기를 타격하지 않고 타깃을 요격할 수 있는 위치로 전투기를 기동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다른 나라 공군도 이렇게 할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자신을 극한으로 몰고 가야 한다.
야간 임무가 끝나고 14일 아침 귀가해 샤워한 뒤 몇 시간 더 잤다. 멋진 식사를 하고 오후 4시엔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리고 몇 시간 전까지는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제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내가 속한 편대의 다른 조종사들도 기술자, 교사와 같은 ‘이중 생활’을 한다.
한 순간에는 중동 어디에선가 목숨을 걸고 날며 드론을 떨어뜨리며, 나라 전체와 국민을 위해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다가, 평상시 일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애들을 학교ㆍ탁아시설에 보내고 직장에선 일을 놓고 서로 옥신각신하고, 그러다가 때때로 이런 작전에 투입됐다가 빠져나오는 ‘복잡한 전환’에 익숙해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적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14일 아침 귀가했지만, 밤새 내가 수행한 임무는 얘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뉴스에 다 나와 있었다. 아내의 눈에서 남편에 대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아내는 전날보다 더 안전해졌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집에 있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이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다.
<이스라엘군이 4월 16일 사해 인근에 떨어진 이란의 탄도미사일 잔해를 수거해, 남부 율리스 군기지에서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로이터>
사태는 매우 다르게 끝날 수도 있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은 이스라엘 안쪽 깊숙이 타격하려고 발사된 것이었고, 어떤 것은 0.5톤의 폭발물이 탑재돼 있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14일, 이란 미사일ㆍ드론에 탑재한 폭발물 양은 60톤에 달한다며, “이것이 터졌으면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세계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반격’할지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G 소령은 “내가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나는 늘 준비돼 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