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 향상에 앞장섰던 故 스테이시 박 밀번
노스 캐롤라이나 훼잇빌 출신 한국계 미국인 장애인 인권 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1987~2020, 한국 이름 박지혜)이 미 화폐인 25센트 동전에 초상으로 얼굴이 새겨진다.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미 연방 조폐국은 미국 사회에 공헌한 여성 20명을 선정해 2022~2025년 발행되는 25센트 뒷면(앞면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에 얼굴을 새겨 넣는다.
이 중 밀번이 ‘아메리칸 위민(American Women, 미 여성) 쿼터 프로그램’의 헌정 대상자로 지난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화폐에 한국계 인물이 등장하는 최초의 사례다.
밀번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은 총 5억개 이상 발행된다.
밀번은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지체장애를 앓으면서도 장애인 인권 운동에 앞장서다가 2020년 5월 신장 수술 합병증으로 서른셋에 세상을 떠났다.
‘아메리칸 위민 쿼터 프로그램’ 선정 인물들이 대부분 19~20세기에 활동하며 세계적 명성을 쌓은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밀번의 존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국의 한 일간지가 노스 캐롤라이나 훼잇빌에 거주하는 어머니(진 밀번)와 아버지(조엘 밀번)을 인터뷰하였다. 부모는 인터뷰를 통해 딸을 회고했다.
어머니 진 밀번은 2년 전 연방 조폐국에서 연락받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뒷면에 새길 여성 인물 후보로 (딸을) 추천했는데 동의해줄 수 있겠느냐는 거예요. 처음엔 ‘가짜 뉴스’인 줄 알았습니다.”
딸은1987년 5월 용산 기지 내 121 미군 병원에서 태아가 거꾸로 들어서 있다고 해 제왕절개로 얻은 첫딸이었다.
태어난 후 팔다리에 유난히 힘이 없던 아기가 5만명 중 한 명꼴로 걸리는 근육 퇴행성 질환(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이후 어머니는 18년 동안 딸을 자전거나 휠체어에 태워 통학시켰다.
어머니는 “힘들었지만 아이의 미소를 볼 때마다 기운이 솟아났다”고 했다. “제 아빠를 닮아서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했죠. 글로 생각을 풀어 쓰는 솜씨가 뛰어났어요.”
부모는 아이가 혹시라도 남들과 다른 처지에 주눅 들까 염려해 늘 성경 구절을 인용한 말로 용기를 북돋워줬다.
“하나님께서 너를 만들어 엄마 배 속을 통해 세상에 보내주신 건 뜻하신 바가 있어서란다. 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한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