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한국인뉴스, 노스 캐롤라이나 랄리) Young Lee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잘못된 통화정책 판단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리인하 시기를 놓쳐 다급해진 연준이 연내에 두 차례 이상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연준이 미국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놓쳤다는 비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22년 물가 상승세를 방관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데 이어 이번엔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 경제 경착륙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시장 전망보다 크게 둔화된 제조업과 고용시장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자 투자자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미국의 금리 인하 예고는 한순간에 경기침체 신호로 돌변했다.
소프트랜딩(연착륙) 기대가 하드랜딩(경착륙) 우려로 바뀐 만큼 정책 목표를 180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렌스 메이어 전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도 "연준이 7월에 금리를 낮췄어야 했다"며 "노동시장 여건이 다소 개선되더라도 올해 안에 상대적으로 빨리 중립 금리까지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9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1만4000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첫째 주간(25만8000건)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7월 실업률까지 4.3%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시장은 뒤집어졌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도 시장 전망(17만5000건 수준)에 못 미치는 11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가에선 미국 경기침체의 가늠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삼의 법칙(Sahm Rule)'이 발동됐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따르면 7월 실업률 기준 삼의 법칙 지표는 0.53%포인트(p)다.
이 법칙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경우 미국 경기침체를 제대로 가리켰다. 이 법칙을 지난 2019년 정립했던 클로디아 삼 연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50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침체 중 1959년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삼의 법칙이 들어맞았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치는 "최근 노동시장의 단면은 침체로 가는 길과 일치한다"며 "이런 초기 경고 신호는 추가적인 증시 약세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역사적인 저점대인 3%대를 지나 절대 숫자상으로 4% 초중반에 머물고 있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은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영향을 반영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지표 하락에 대한 초기 비관론이 득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아닌 인하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월에 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스텝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세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은 금리 인하를 너무 늦게 한 정책 실기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 경제는 견조하기 때문에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비 지출 증가와 재고 증가로 예상치를 상회했다. 실업률 또한 예전보다 올라갔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연준은 단 하나의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지 않는다"며 7월 고용지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리 인하 전망>
8월 3일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씨티그룹·JP모간·바클레이스·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회사들은 전날 미국 고용지표 발표 직후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을 일제히 수정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오는 9월과 11월 기준금리를 각각 0.5%p 인하하고 12월 추가로 0.25%p 더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연내에 미국 기준금리가 총 1.25%p 낮아진다는 견해다. 씨티그룹은 또 연준이 내년 중순까지 매 회의마다 금리를 0.25%p씩 인하해 3~3.25%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이는 9월과 11월, 12월에 각각 0.25%p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종전 전망을 크게 수정한 것이다.
JP모간도 씨티그룹과 같은 의견을 냈다. 연준이 연내 2차례(9월·11월) 빅스텝에 나선 뒤 12월 이후 매 회의에서 0.25%p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와 골드만삭스 등도 연내 연준의 2차례(9월·12월) 각각 0.25%p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기존 보고서에 11월 0.75%p 금리를 낮추는 '자이언트스텝'을 추가했다.
시장의 관심은 7월에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큰 폭으로 내릴 지에 쏠려 있다.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면 금리를 서둘러 중립금리로 낮출 필요가 있어서다. 중립금리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않고 냉각시키지도 않는 금리 수준을 말하는데 이코노미스트들은 통상 3~4%를 이 구간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