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고향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타국에서 살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걸까?
그 이유는 뇌 발달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뇌는 수천 개의 다른 신경세포들과 '시냅스'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지능?감성?기억 등 모든 것은 이 100조개의 시냅스로 결정된다. 이러한 시냅스의 연결고리가 주변 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KAIST에서 뇌과학을 전공한 김대식 교수에 의하면 어린아이는 어른과 비슷한 숫자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간의 연결성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마치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큰 길은 유전적으로 타고나지만, 막상 부산에 도착하면 그 연결 고리는 서울에서 부산에 오는 사이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뭇 다르게 성장하여 형성된다는 것이다. 김대식 교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그래서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은 '결정적 시기'라는 걸 가지고 있다. 오리는 태어난 지 몇 시간, 고양이는 4주에서 8주, 원숭이는 1년, 그리고 인간은 약 10년까지 유지되는 이 결정적 시기에 연결고리인 시냅스가 주변환경에 맞추어져 순화된다.
<갓 태어난 오리의‘결정적 시기’에 어미 역할을 해 오리들이 평생 자신을 따르도록 한 콘라드 로렌즈 교수.>
결정적 시기의 뇌는 젖은 찰흙같이 주변 환경을 통해 주물러지고, 모양이 바뀔 수 있다. 그 시기가 끝나면 찰흙은 굳어지고 유연성을 잃는다. 그래서 한국 아이가 스웨덴에서 자라면 완벽한 스웨덴어, 러시아 아이가 한국에서 자라면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유연하지 않은 시냅스로 가득 찬 어른의 뇌로 외국어를 배우기란 정말 괴롭다.
뇌는 덜 완성된 상태로 태어나, 경험한 주변 상황에 최적화되도록 완성된다. 고향이 편한 건 어릴 적에 경험한 음식?소리?풍경?얼굴이 우리의 뇌를 완성시킨 바로 그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최적화되어 있으면 편하다. 선택이 필요 없고 막연히 좋다.
거꾸로 다른 환경에 최적화된 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전혀 당연하거나 편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나는 고향을 그리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녀들은 미국이 편안하고 고향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 "내 것이 좋기 때문에 남의 것이 나쁘다"가 아니고, "내 것이 나에게 좋은 만큼 다른 것은 다른 사람에게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