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계엄사령관 포고령 “영장없이 체포-처단”
‘국회 활동 일체 금지’, 헌법-계엄법에 없는 내용
尹 담화 직전 비밀리 국무회의… 軍관계자도 몰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로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한 직후 계엄사령부는 박안수 계엄사령관(56·대장·육군참모총장·사진) 명의로 계엄사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포고령은 서문에서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 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한다”고 적시했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 정부 각 부처도 간부 회의를 소집하는 등 심야에 긴박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서울경찰청은 4일 오전 1시부로 산하 31개 경찰서에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을호비상은 경찰 비상근무 중 2번째로 높은 단계다.
● 무장 공수부대 국회 본관 진입하기도
이에 따라 자정경 K1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공수부대가 국회 경내에 헬기로 진입하면서 본청 곳곳에선 국회 직원 및 보좌진들과의 몸싸움도 빚어졌다. 공수부대는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했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공수부대가 국회 후문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후문 방어를 위해 즉시 후문으로 와달라”는 공지도 내보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한 개 중대 정도가 국회로 진입하려고 해 일단 막았다”고 했다. 국회 직원 및 보좌진은 군 부대 진입에 대비해 국회 본청 출입구에 의자와 벤치, 책상 등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총 6개항으로 이뤄진 포고령에선 우선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은 물론이고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했다.
국회 활동 금지는 헌법과 계엄법에 없는 내용이다. 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도 금한다.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하는 한편 모든 언론과 출판도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적시했다.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태업·집회행위를 금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박 사령관은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경고했다.
계엄법 제5조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에서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하기 직전 열린 심야 국무회의에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박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했고, 이를 윤 대통령이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령관은 육사 46기로 제39보병사단장(소장), 제2작전사령부 참모장(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1월 대장 진급과 동시에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
● “대부분 군 관계자들도 계엄 선포 사전에 몰라”
계엄령이 선포된 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주요 관계자들은 심야에 용산 국방부 및 합참 청사로 다급한 표정으로 속속 도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 소식통은 “대부분의 군 관계자들이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심야 담화 전에 국무위원들을 소집해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비상 계엄령 선포 안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무위원들에게만 일정이 공유될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고 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담화 직전에 국무회의가 열렸다고 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국정 2인자인 한덕수 국무총리도 계엄령 선포 건의와 관련된 이날 심야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법은 국방부 장관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앞서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상표법 개정안 등을 심의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오후 5시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선 언론사 출범식에도 일정대로 참석했다.
이후 대통령 심야 담화 직전 모처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 이날만 국무회의가 두 차례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