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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오현 목사 칼럼 - 자연의 봄은 오고 있는데!

한 달 동안도 안녕하셨지요! 누군가가 말했듯이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란 말처럼 마침내 자연의 봄을 맞이하는 3월달이 다가옵니다.

 

자연의 겨울을 뒤로 하고 자연의 봄맞이로 몹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인생의 봄맞이로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머니 뱃속으로부터 "죄"라 이름 하는 유전인자를 받아 가지고 태어나 삶의 이치를 모르고 철부지 인생으로 자라면서 6.25 사변으로 인한 값비싼 경험까지 하면서 모질게 슬픈 가난의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지금까지 그리 길지도 않는 - 하나님 보시기에는 초라한 - 인생을 살아와서 뒤돌아 보니 먼저 우리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봅니다.

 

"아름다운 무지개는 궂은 날이 있어야 생기는 법"이고 "배곯고 어리석어 봐야 지혜가 주워진다"는 말과 "늙음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삶의 지혜도 터득할 것 같습니다.

 

의사를 찾는 회수가 빈번해지고 검은 머리카락은 조금씩 회색 빛깔로 물들여지고 옛날에는 젊음에 푹 빠져 "늙음"이란 단어를 저만치 객관적으로 바라다 보고만 있었는데 이제는 늙음이 종종 걸음으로 우리를 따라 오는지 아니면 늙음과 함께 가는 것 같습니다.

 

눈에는 언제 끼었는지 안경이 얹혀있고 쉽게 피곤을 느끼기도 하고 점점 움직이기 싫어지며 매일 하지 않으면 찝찝하던 목욕도 하루 걸러서 하는 것들이 다 젊음이 가지지 못하는 늙음의 특징 아니면 "특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생의 연습이 있을 수 있었다면 아마도 현재와는 좀 다르게 살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만 그럴 수 없는 한번 뿐인 인생 삶을 하루 하루 살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리 저리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큰 뉘우침이나 후회함 없이 젊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뒤로 하고 인생의 저녁 노을을 늙음의 여유로움으로 참고 견디다 보면 그 저녁 놀 속에 숨어 있는 아침 놀을 음미하게도 될 것 같습니다. 새벽마다 저만큼에서 울려오는 은은한 기적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디론 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도 느낍니다.

 

어릴 적 남쪽 고향에서 기적 소리 듣고 서울로 가고 싶었던 동심을 회상해보면서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경을 읽고 하나님께 아침 인사를 올린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창문 발을 열기도 하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가서 남동쪽을 향한 창문의 발을 올리면 아침 해맞이를 즐길 수 있고 저녁이 되면 해 넘어가는 북서쪽 2층 뒤 창문으로 가서는 간접적으로 비치는 일몰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래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해맞이와 해넘이를 즐기면서 층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이따금 층 계단에 서서 긴 숨을 한번 들이마시었다가 내쉬고는 다시 올라가 앞에 있는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처다 보기도 하고 앞뜰로 눈을 돌리다 보면 발가벗은 나무 위에서는 주홍색 새(cardinal)나 아니면 울새(robin)가 앉아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지저귀는 소리도 듣게 되고 더 멀리 시야를 넓히면 문득 사슴 서너 마리가 풀을 뜯어먹는 모습도 보이기도 합니다.

 

또 다시 2 층 뒤 쪽으로 가 밖을 바라다 보면 하늘을 배경한 교회 횐 종 탑이 침엽수 뒤에 있는 앙상한 활엽수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기도 합니다. 신학교 학창 시절에는 깊이 잠든 이웃을 깨우는 종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지금은 듣고 싶습니다.

 

은은하게 만 들린다면... 이렇게 집안에서 이리저리 이것 저것 돌아 보면서 손길과 손질을 해 주면 집도 해 뜨고 질 무렵 햇빛을 받아 함께 좋아라 합니다.

 

그 종 탑이 가리키는 하늘을 처다 보다가 잠시 눈을 감고 상상의 날개를 펴면 어느새 지구를 초월해서 둘레 없는 넓은 우주를 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주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한 절대자를 상상하면서 그 분 보시기에는 너무 보잘것없는 인간 문명-문화를 훨씬 뛰어넘어 하나님의 시간에 몰입하다 보면 살아 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감사하게 됩니다.

 

아침을 알리는 수탉 소리를 듣지 못해도 동편에서 솟아 오르는 눈부신 해는 어김없이 또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눈을 감고도 직감할 수 있습니다. 눈을 다시 뜨면 벌거벗었던 활엽수들은 이제 봄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꽃봉오리 틔울려는 준비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니 땅을 가르고 새싹이 솟아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뿌리는 땅속으로는 쭉쭉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자연의 봄은 오고 있는데 겨우내 겹겹이 입었던 옷을 벗어던지는 인생의 봄은.... 의식주를 해결해야만 하는 경제적인 차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삶의 진미도 찾아보면서 무엇을 더 갖자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 생명의 참하고-착하고-아름다움의 꽃을 피우는 인생의 봄맞이도 해야 할 것입니다.

 

늙음 앞에서 젊음과 비교해서 생기는 짜증만 낼 것이 아니라 태연할 수 있는 삶을 창출해 가다 보면 늙은 나무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진선미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입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면 다음 칼럼에서 다시 상면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요.

 

감사합니다.

풍암(바람 바위) 박 오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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