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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관리및 예방 센터의 왭사이트의 인용자료에 따르면, 아홉달 동안 인구 12000명이 안되는 작은 카운티에서 쉰 세살의 어머니, 서른 다섯살의 아들과 다른 일곱명이 플로리다의 통증클리닉에서 처방받은 진통제를 먹고 죽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는 어느 한 지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약물과용은 대부분이 처방된 진통제들이라고 하니 놀랍습니다.
하루에도 미국에서만 백명이 넘는 사람이 약물 과용으로 죽어가는데, 이 숫자는 교통사고로 죽는 숫자보다 크다고 합니다. 2009년 한 해동안475,000건의 응급실 입원이 처방된 진통제의 오남용과 관계되어 있다고 하며, 이는 2004년 수치의 두 배라 합니다.
이번 주 화-수요일에 저는 미국 보건원에서 열린 통증학회에 다녀왔습니다. 미국은 지난 몇년동안 나라차원에서 당면한 통증(아픔)을 회복하고, 예방하며, 올바른 보건 교육과 연구를통해 아픔의 해소와 예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의학원 (Institute of Medicine)펴낸 백서는 “미국에서 통증에 대응하는 방법과 그 영향은 실로 위기상황이다.
개인과 사회가 이 위기를 헤쳐가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역설합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었다가 부상을 입고 돌아오는 많은 군인들은 진통제를 상습복용하게 되고, 나아가 약물중독자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진통제를 처방하던 많은 의사들도 진통제 오남용의 문제에 자책하는 자성의 목소리들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진통제 남용의 대안으로 미군과 정부에서 고려하는 치료법들 가운데 침치료, 명상 및 호흡, 자기성찰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적지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노스캐롤라이나 여러분들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아픔을 좋아하여 기다리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과연 아픔 (pain)이라는 것을 그렇게 앗아버려야(kill) 하고, 못느껴야만 하는 것일까요? 아픔의 뜻을 생각해보고, 알고 나면 진득하게 아픔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아픔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물의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픔을 느낌으로서 해로운 자극을 피하고, 아픔을 느끼는 동안 회복과 치유를 진행하게 됩니다. 자연계의 대부분의 아픔은 견딜만큼만 아프게 되어 있고, 아픔 자체는 해롭지 않다고 합니다. 또 아픔과 동시에 아픔을 조절하는 신경계와 호르몬계의 작동이 시작됩니다. 분만의 아픔 만큼 베타 엔돌핀이 나오고, 진통제 주사를 맞으면서 분만하는 이는 베타 엔돌핀이 비교가 안될 만큼 조금 나오는 것은 좋은 예입니다.
아픈 과정을 겪으면서 새 살이 생겨나기에,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헛말이 아닌 것이죠. 한의학에서는 기운이 통하지안으면 아프고, 기운이 잘 통하면 아프지 않다 (氣不通卽痛, 氣通卽不痛)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저는 한걸음 더 나아가, 기가 완전히 끊어져 버리면 아플 줄도 모른다고 풀이합니다. 죽은 동물이 아픔을 모르는 것과도 같습니다.
아픔을 안다는 것은 아픔이 있는 곳의 이쪽 저쪽을 통하게 하고자 하는 즉, 살림의 뜻이 있다는 것이요, 생명의 엄정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얼마나 빨리, 짧게 아프고, 기운을 통하게 하여 회복과 치유를 완료하는가 이겠지요.
불똥이 지붕 귀퉁이에 튀었는데 따끔함을 느끼지 못하고, 불이 번져가는데도 자기 지붕인지 남의 지붕인지 분간 못하고, 먼 데서 불끄겠다고 소방차가 와서 왱왱 소리를 내니, 시끄럽다고 소방차를 돌려보낸다면, 이런 이가 목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한 나라를 헤치고자 하는 적이 들어올 땐, 영해와 영공에 닿자마자 일촉즉발의 방위를 할 수 있는 나라라야 살아갈 수 있겠지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아파할 만큼의 살아있는 감각을 유지하도록 기혈의 흐름은 유창하고, 같은 아픔은 오래 끌지 않을만큼 기혈의 기능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 건강을 기르는 법이라 여깁니다. 아픔을 살아있는 존재감으로 뿌듯하게 느끼고, 아픔을 가장 빨리 이겨내도록 기혈의 흐름에 막힘을 없애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다면, 진통제를 의존하여 쫓아가는 정도를 줄일 수 있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나니, “당신 정말 아픈 게 뭔지 모르나 본데, 한번 아파볼래?” 하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그럴수도 있겠습니다만 한 평생 진통제 한 알 안 먹고 사신 분들을 떠올리며 위에 제가 드린 말씀의 유효함을 붙들고 싶습니다. 제 모자람은 너그러이 봐 주시고, 부디 섭리로 살아가는 우리 몸의 치유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http://www.cdc.gov/homeandrecreationalsafety/rxbrief/ Valarie Honeycutt Spears. Ky. sees rise in overdose deaths from pills obtained in Fla. Lexington Herald-Leader 2009 Apr 12. Available from URL: http://www.kentucky.com/2009/04/12/758845/ky-sees-rise-in-overdose-deaths.html. CDC. Vital Signs: Overdoses of Prescription Opioid Pain Relievers—United States, 1999-2008. MMWR 2011; 60: 1-6 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Drug Abuse Warning Network: selected tables of national estimates of drug-related emergency department visits. Rockville, MD: Center for Behavioral Health Statistics and Quality, SAMHSA;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