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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은 세계 100여 개 대학과 자매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중국의 베이징 대학과 서울대학. 일본의 도쿄 대학은 아주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다. 각 대학의 앞 글자를 따서 베세토(BeSeTo)라고 부르며 1년에 한 번씩 순회모임을 갖는데, 몇 년 전인가 여기에 하노이 대학교가 참여하여 베세토하(BeSeToHa)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5년 10월 서울대학이 주최한 베세토하 회의가 끝난 뒤, 베이징 대학 쉬즈홍(許智宏) 총장으로부터 “어떤 인재를 기르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은적이 있다. 나는 서슴없이 “전문적 지식만 갖춘 기능인이 아니라, 지성.감성.덕성을 고루 갖춘 교양인을 육성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분은 즉시 맞장구를 쳤다. “지성과 덕성과 감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바로 베이징 대학의 목표입니다. 문과와 이과적 지식을 두루 갖춘 인재를 키워 나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베이징 대학의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도쿄 대학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총장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일본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이제는 규격화. 평준화. 논리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자기 문제는 자기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때가 온 것이지요. 그러려면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유럽에서의 승전이 부여해 준 화려한 영광을 배경으로 컬럼비아 대학 총장이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예만 보더라도, 미국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훨씬 전에 싹텄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교육의 기본적 목표는 자유로운 사회에서 효율적으로 개인적.사회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길 건너에 있는 학교로부터 컬럼비아처럼 큰 대학에 이르기까지 민주 시민을 키우기 위한 일반 교육(general education)이 첫 번째 공동 목표가 돼야 한다.” 1950년 NATO가 창설되자 아이젠하워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2년간 총사령관으로 복무했다.
그 뒤 현역 은퇴와 동시에 대통령 예비선거전에 뛰어든다. 그는 대선에서 이기자마자 서울을 방문하고, 몇 달 뒤 한국전쟁을 종식시킨 신념의 정치인이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함은 물론, 건설적 비판을 통해 그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감시하는 지적 능력을 지성이라고 한다면, 감성은 한마디로 어려운 사람을 보고 측은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덕성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성품을 말한다.
인간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성품을 처음 가르쳐 준 분은 영원한 자유주의자 정병휴 선생님이셨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으나 전남대 교수.성균관대 교수. 서울대 교수, 그리고 조선대 총장을 지낸 경제학자이신데, 그분이 강의 중에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다.
“길 가다가 구걸하는 사람과 마주치면 10원짜리 하나라도 집어 줘라. 배운 사람일수록 ‘정부는 뭐 하는 거냐’ 고 따지면서 자신은 정작 외면하기 쉬운데, 너희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 대학생이 됐으면 지성 덕성과 함께 감성을 갖추어야지.”
나는 지금도 지하철에서 하모니카를 부는 분들을 보면 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준다. 지금은 얼굴을 알아보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괜히 티를 내는 것 같아 주저하기도 하지만, 선생님 말씀을 듣고 생긴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망설이다 보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여유가 생기면 돕겠다고 미룬다면, 그렇게 여유 있는 날은 끝까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악행은 영원히 미루어도 시간이 남지만, 선행은 아무리 서둘러도 너무 이른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