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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오현 박사(Ph. D), 은퇴 목사 (PCUSA) 겸 명예 교수(Appalachian State University)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시는 흩어져 사시는 독자님들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달 칼럼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윤 동주 시 제목 만을 인용하였는데 그 분의 시 내용 전부를 원하시는 독자들을 위해 이번 칼럼에 게재했습니다. 매년마다 새해에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고 하면서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흐지부지해지는 새해 결심 대신 아래 인용한 시처럼 자연스럽게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때때로 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독백이 아닌 간절히 “나”에게 묻는 물음은 속일 수 없는 진실 그 자체이기 때문에 “나”에게 던지는 질문 만으로도 진솔해질 수있는 첩경이기도 합니다.
구하기도 하고 찾기도 하고 또 문을 두드리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자신에게 묻는 것 이상으로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 했는지 에 대해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대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사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놓아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윤 동주-
반복하는 결실의 계절인 자연의 가을을 보내면서 단 한번 뿐일 인생의 가을맞이를 할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의 윤 동주는 사람 앞이 아닌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기” 바라면서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질문을 수시로 묻고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는 알찬 삶을 살기 위해 겉모양의 “내”가 속에 있는 “나”와 소통을 하려고 했습니다. 겉 “나”와 속 “나” 사이에 소통의 흐름이 없다면 겉 “나”는 번드르르하고 멀쩡할지는 모르지만 속 “나”는 보잘것없는 쭉정이가 될 것입니다.
더욱이 내가 나와의 소통이 없다면 “나”와 “너”의 소통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있다고 해도 그런 소통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밉살스러운 허풍일 때가 허다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겉 “나”가 속에도 없는 말들을 남에게 쉽게 반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위선적인 것 보다 먼저 나와의 소통으로 속 씨앗들을 알차게 만들어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바르고-착하고-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들로부터 받는 욕, 악 담, 중상 모략, 인신공격 등에 연연함이 없이 “나”가 “나”에게 물었던 물음을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자신있게 답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이 “최후 심판”을 피할 수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연말 연시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옆에 두고 그의 시를 감상하시면서 갑오년을 보내시고 을미년을 새롭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뜻이면 새해 칼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몸 건강에 유의하시면서 안녕히 계십시요! 바람 바위(풍암) 박 오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