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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가까이 독일, 싱가포르, 한국을 다녀오니 얼추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셈이 되었습니다. 추수감사절 무렵까지 연거푸 내린 가을비는 가지에 매달려서 색을 내던 나뭇잎들을 훑어내린듯 잔디가 뵈지 않을만큼 덮어버렸습니다.
시차를 빨리 이겨보려고, 샤워를 해야 할 만큼 땀이 나도록 낙엽들을 긁었습니다. 이른 봄 해맑은 연두색으로 나온 잎새들이 새파랗다못해 검은 기운이 돌 만큼 푸르던 계절을 지나, 샛노랗고 빨갛던 그 잎들을 봤을 적에 출장 떠난 기억을 떠 올렸습니다.
이렇게 올 한 해 나뭇잎의 섭리를 다시 깨닫나 봅니다. 한의과대학 3년을 다닌 뒤,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보는 것이 좋은 한의사되는데 도움이 되겠다 생각하여, 한 해 휴학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전국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깨달았던 삶과 죽음의 이치가 떠 올랐습니다.
사는 것만을 기뻐하고 죽는 것을 두려워만 할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것이 죽어가는 것이고, 죽는 중에도 다른 많은 존재들이 살아난다는 실로 단순하지 않은 이치들 말입니다. 내가 거역할 수 없는 큰 이치가 있음을 숙연하게 깨닫게 되는 이 가을은 제 영혼을 여물게 하는 때는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제 글을 읽으시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여러분들께서는 남아있는 삶을 어떻게 사시고 싶으십니까? 아주 주제넘게, 또 자격미달인줄 알면서도, 어쩌면 정말 어쩌면, 여생을 더 잘 사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화두와 같은 생각할 거리를 나누고자 합니다.
Time지에 나중에 실리기도 한 '의사는 어떻게 죽는가(How Doctors Die)' 라는 글을 몇 군데 번역 요약합니다. [ 몇년전, 유명한 정형외과 의사이자 내 스승인, 챨리는 위에 혹이 있음을 알았다. 췌장암이었다. 진단한 외과의사는 전국에서 최고로 꼽혔고, 이런 류의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을 5%에서 15%로 높이는 수술법을 발명하기도 했다. 찰리는 관심이 없었다.
그 다음날 집으로 갔고, 자기 병원을 닫고, 병원에는 다시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대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과 가능한 한 좋은 기분을 느끼는데 집중했다. 몇달뒤 그는 집에서 죽었다.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수술도 하지 않았다. 메디케어는 그에게 쓴 돈이 별로 없었다.
자주 다루는 제목은 아니지만, 의사들도 죽는다. 그런데 그들은 대부분의 우리들처럼 죽지는 않는다. 그들의 죽음에 있어서 특별한 것은 대부분의 미국인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더 많은 치료를 받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받는가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감당하느라 그 많은 시간을 쓰다보니, 그들이 죽음을 직면할때 침착해지는 것 같다.
그들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잘 알며, 선택가능한 경우의 수를 알며, 그들이 원하는 종류의 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적게 한다. ] ① 이 글은 삶의 마감에 가까이 갈 시점의 의사들이 선택하는 방법들에 대해 이어갑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출처를 밝히며, 제한된 지면때문에 전문을 번역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문편집인의 선처를 부탁합니다. 유언장을 비롯하여, 내가 만약 제 정신을 잃어버렸을 때 내 삶을 어떻게 마감할까에 대한 준비들을 하는 것은 과연 재수없는 일일까?
저승갈 때 입을 옷을 다독거리시던 우리 할머니들은 왜 그렇게 하셨을까? 건방지지지만, 마감을 준비한 여정은 더 여유있고, 넉넉해질 것 만 같다. 나는 어떻게 이 여정을 마무리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 마저도 여유이고, 삶의 넉넉함의 표현이다.
내가 아는 모든 지식과 지혜를 모아볼 때 몇 달밖에 살 수 없는 처지라 할 때, 나는 어떤 결정을 할까? 목에 관을 꼽고, 인공심폐기을 달며, 약물로 장기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하루 만불 넘는 의료를 할까? 아니면 가쁜 숨이지만 가족들의 손을 잡고 조용한 숲속을 걸으며, 이번 여정속의 추억들을 되돌아볼까? 지구 60억 인구 가운데, 한글로 소통할 수 있는 이가 대략 65분에 1이라 생각하니, 이렇게 여러분과 글을 나눌수 있는 행운에서 새삼 깊은 뜻을 느낍니다.
죽음과 고통을 두려움의 원인이라 여기기 보다는 담담하게 준비하고 대응하는 한 여정의 마지막이자, 새 여정의 시작으로 여긴다면, 오늘의 삶과 생활이 더욱 여유있고 풍성하리라 믿어봅니다. 준비없이 온 여행이겠지만 마감을 준비해놓음으로써 삶의 순간들속에서 가족, 친지들과의 인연을 깊게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바라보는 사람과 사물들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① http://www.zocalopublicsquare.org/2011/11/30/how-doctors-die/ideas/nex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