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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소나무

과연 나는 북한산의 굽은 소나무만큼이라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야구 관람과 등산 이외에 취미라고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내가 휴일 아침 가끔씩 찾아가는 곳이 근교의 산이다. 북한산 칼바위 부근,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면서 미끄러지지 말라고 밑둥치에 자일을 잔뜩 감고 있는 소나무를 볼 때마다 나는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곤 한다.

 

등산로의 일부분이 된 참나무 뿌리만큼이라도 나는 누군가에게 내 몸을 헐어 도움을 준 적이 있는가.

 

"도울 수 있는 생명은 모두 돕겠다는 충동에 굴복할 때, 그리고 살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해치지 않으려고 몸을 움츠릴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윤리적인 인간이 된다."

 

서른 살까지는 학문과 예술을 위해 살고 그 다음부터는 봉사에 헌신하겠다는, 스물한 살 때의 결심을 평생 실천한 아프리카의 성자 시바이처의 인생관은 이 말 한마디에 녹아 있다.

 

폭압에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벌이면서도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배려의 정신을 설파하는 마하트마 간디나 달라이 라마. 그리고 남의 나라 - 머나먼 고난의 땅 식민지를 찾아가 각자의 방식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민 시바이처 박사나 마더 테레사.

 

이들 말고도 인간의 존엄성을 극대화한 수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한없이 훈훈해지지만, 나 자신은 한없이 왜소해지고 만다. 그래, 엄청난 배려는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살지는 말아야 될텐데.

 

간디는 인격 없는 교육,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재산, 양심 없는 쾌락,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그리고 희생 없는 종교를 일곱가지 사회악으로 꼽았다.

 

오래 전 한 인도 성자의 성찰이 오늘 우리에게 그대로 살아있는 교훈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 앞에 간디가 지적했던 문제를 포함하여 무한한 숙제가 가로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가운데 과연 나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수많은 분들의 크고 작은 도움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서울대 총장까지 무사히 마치는 행운을 누린 내가 우리 사회 앞에 놓인 많은 난제들을 그냥 외면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사회로부터 입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되돌려 줄 수 있을까. 이것은 내게 커다란 부채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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