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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애써 치료하던 환자분께 기대하던 결과를 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이납자루같이 어깨를 누릅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아픔과 불편함을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되풀이 하지 않을 방법을 찾게 안내해드릴까하는 숙제앞에서 저는 아직 완생과는 거리가 먼 미생임을 깨닫습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정진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일인당 최고의 의료비를 쓰는데도, 건강지수로 보면 세계 50위권에 머뭅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보다 적은 의료비로도 더욱 건강하게 사는 국민들이 많은 다른 나라들이 50개가 넘는다는 얘기입니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외교력을 가진 나라인 것을 고려하면, 참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하면,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증거에 다름이 없는거 아닐까요? 의료비를 쓰는 것과 건강해지는 것은 비례하는 것만은 아닌게 되지요. 저는 의료인의 역할이라는 눈으로 한번 보고자 합니다.
의료인의 역할은 대개 진료와 보건지도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아픔과 불편함을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되풀이 하지 않을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역할을 제공하는 관계와 사회적 틀에 따라 주된 목적이 온전할 수도 있고, 변절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의료가 영리법인 소유의 의료기관에서 주어진다면, 진료과 보건지도가 최종 목적의 자리를 ‘이윤최대화 - 돈 많이 벌기’에 내어 주고, 대신에 수단과 도구로 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미국의 의료가 많은 영리법인이 소유한 의료기관이 주고 있다면, 더 적은 의료를 더 많은 의료비를 받고 주는 틀속을 미국사람들은 따라 가야 하겠죠. 의료인들은 그런 의료기관의 노동자일뿐고요. 아픈 사람과 치료하고자 하는 의사가 주인됨을 회복하는 의료공급체계를 준비하는 것이 그 어떤 때 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과 의술 자체만으로 보자면 지난 몇 십년동안, 이루 말 할 수 없이 발전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혈압을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 잴 수 있는 기기가 40불도 안갑니다. 그러나 그렇게 발전된 진단기술로 알게된 정보들과 기술들은 환자들의 마음에 치유를 향한 믿음을 진작시키고, 긍정적 희망의 힘을 불어넣어주기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질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해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증된 적이 없는 고가의 약물과 시술들을 선택하는데 쓰이고 있는 때가 적지 않습니다. 신중하지 않게 결정하는 갑상선제거술와 편도선절제술, 실효성이 의심되는 전립선암검사과 잦은 유방암검사들처럼 진단과 시술의 최종 목적이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지 다시 물어야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의학과 의술의 중심에 ‘사람’이 있음을 깊게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사람의 의학과 의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알고 지내던 선배 한의사의 형님이 서울고검에 검사로 계실 때, 제가 큰 힘이 되시겠네요라고했더니, 검사 덕 볼은 없는게 더 낫지 않겠냐라고 답하시던 것이 기억납니다. 가능하다면 판검사 덕을 볼 일이 없는 것이 더 복된 삶이 아닐까요? 법전을 모르고 살아도 법에 어긋남이 없다고 한다면 너무 순진한 얘기를 하는 것일까요? 이제는 눈도 내릴만큼 내린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삼월을 맞이하는 여러분들의 가정에, 의사를 필요하지 않을만큼 건강함이 언제나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박종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