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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칼럼 - 희망

한국-어제. 오늘. 내일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이래 지난 29년간 내가 온 힘을 쏟아 고민하고 연구해 온 주제는 우리나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었다.

 

내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 그 연장선 상에서 우리 사회. 우리나라가 갈 길을 탐색해 보려고 한다.

 

건국 이래 우리는 현대사의 구비를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 길은 내가 걸어온 길이고 우리 사회 동시대인들이 걸어온 삶의 행로이기도 하다. 6.25 전쟁, 4.19혁명, 5.16 쿠테타, 경제개발 5개년계획, 중화학공업 육성, 석유파동, 교육평준화, 10.26사태와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올림픽, OECE 가입, 외환위기, 남북 정상회담, 월드컵, 대통령 탄핵, 북한 핵실험, 6자회담 합의… 참으로 파란만장한 세월이었다.

 

해마다 ‘다사다난’으로 표현될 만큼 질곡의 세월이었지만 이 숱한 사건들은 모두 인과관계로 얽혀있다. 부정선거는 4.19혁명을 일으키고, 독재정치는 민주화 운동을 낳았고…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내부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하고 외부의 시련을 능동적으로 극복하여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 결과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의 멤버십도 얻었다. 민주주의 제도도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 교육의 기회 또한 엄청난 수준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1997년 말 한강의 기적은 하루아침에 돌변하여 IMF 체제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 무렵 나는 ‘한국경제 죽어야 산다’는 경제 평론집을 내기도 했다. 그것은 다소 종교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죽을 각오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국경제가 회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제는 그 위기를 극복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구조조정은 미진한 채 우리 사회는 활력을 잃고, 성장 잠재력은 그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수출은 증가해도 내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고 중소기업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투자가 증가되지 않으니 고용이 증대되지 않는다. 고용이 늘지 않는데 소득이 늘어날 리 없고, 내수는 더욱 부진할 수밖에 없다.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경제를 이끌기는 커녕 스스로의 운신도 버거운 형편이다. 제도적 민주화는 상당히 진전했지만, 그 이상의 도약을 못하고 있다. 집단 간의 대립은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데, 조정능력 마비상태다. 정부의 정책 집행력은 신뢰를 상실했다.

 

사회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 간, 계층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만드는 사회적 안전망은 비효율적이고, 양극화는 사회통합의 기초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하루 평균 400여 쌍이 이혼을 하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연이은 비리로 서로의 불신은 증폭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미래를 확실히 담보할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지구력이 많이 떨어져 희망을 상실한 환자의 모습이다.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이 하나 있다. 목표와 지향점을 찾는 일이다. 우리가 꿈꾸는 한국의 내일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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