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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교수 한방 의학 칼럼; 영원히 먹어야 한다고 하는 약의 효과를 의심해야 할 때

 9월 18일자 메드스케이프 (Medscape)에 한 심장전문의가 “복합처방: 신중히 살펴야 할 분명한 문제 (Polypharmacy: An Obvious Problem in Need of Attention)”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글쓴이는 중노년층에 신중하지 않게 처방되고 있는 심혈관약들이 몸속의 체액에 약을 타는 것과 같고, 심장은 그 약탄물에 살아야 하는 물고기와 같아서, 지옥속에 남겨둔 물고기 이야기를 합니다.

 

심장전문의들이 지금까지 하던 식의 복합처방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http://www.medscape.com/viewarticle/851189?nlid=88525_491&src=wnl_edit_medp_wir&uac=226565MV&spon=17&impID=833672&faf=1#vp_1) 저의 한방난치병 클리닉에 오시는 많은 분들은 이런 저런 전문의들을 거쳐서 몇 년씩 병을 앓다가 오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약 보따리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제가 처음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제 판단에 필요하지 않거나, 알맞은 방법으로 복용하지 않거나, 해롭다고 추정하는 약들을 처방한 담당의사와 다시 상담하여 조절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담당의사와 의논하기 전에 스스로 무슨 자료를 모아서 의논의 근거로 내 놓기를 당부합니다. 혈압약을 처방하면서 혈압을 규칙적으로 잴 것을 당부하지 않는 의료인이나, 혈압약을 먹는 당사자가 자주 혈압을 가늠하지 않는 것은 위험을 부르는 일입니다.

 

이 심장전문의 글이 어쩌면 제가 하는 얘기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서 아래에 몇 가지만 간추려봅니다. 오늘날의 진료추세을 걱정해왔다. 최근에 목숨을 위협하는 복잡한 증상의 환자를 입원시킨 적이 있는데, 질병때문이 아니고 안내지침에 따라 먹은 약때문이었다.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심장병을 앓았던 환자들은 자주 다음 약들을 평생 먹도록 권유를 받고, 심장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사람이라면 이런 권유에 맞서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약들은 핏줄이 탱탱하게 하는 자극인자를 막는 약 (ACE inhibitors), 핏줄이 탱탱하게 자극하는 인자의 수용체를 막는 약 (angiotensin-receptor blockers (ARBs)), 위기상황에서 심장을 더 많이 뛰게 하는 것을 차단하는 베타차단제(beta-blockers), 혈소판의 역할을 차단하는 약(antiplatelet drugs), 혈액량을 늘리는 것을 방해하여 혈압을 낯추는 약(aldosterone-blockers), 오줌량을 늘리는 이뇨제(loop diuretics), 그리고 혈액응고를 막는 항응고제(and maybe anticoagulants) 이다. 그런데 이 약들은 심장에만 해당 하는 것이고, 많은 심장병환자들은 다른 질환도 있다(그러니 다른 약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약을 먹으면서,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머지않아 고가의 고강도 혈압강하제, 심박동 느리게 하는 약, 그리고 더욱 더 고가의 콜레스테롤 떨어뜨리는 주사제, 이들의 기능을 합친 복합제제가 출시될거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공격적인 혈압강하제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더 많은 약처방을 유발할 것이라 예견한다. 내가 보기엔 분명한 현실은 우리 몸속의 체액은 너무 많은 약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혼자만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2015년 미국 심장전문의학회지에 실린 심혈관약의 장기복용의 문제에 대한 논문은 이런 고민을 확인해준다. (Rossello et al. Long-term use of cardiovascular drugs challenges for research and for patient care. J Am Col Cardiol 2015; 66:1273-1285.) 심혈관병을 앓은 적이 있는 환자들에게, 아스피린, 베타차단제 (프로프라놀롤, 메토프롤롤 같은 약), 핏줄이 탱탱하게 하는 자극인자를 막는 약 (ACE inhibitors, 베나제프릴, 리시노프릴 같은 약, ), 콜레스테롤 떨어뜨리는 약 (리피토르, 심바스타틴 같은 약) 들은 누구도 쉽게 다른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믿는 약들이다.

 

그리고 이 약들을 죽는 날까지 영원히 먹는 것으로 믿어왔다. 그 결과 수천만명이 몇 십년동안 이들 약을 먹어왔다. 어떤 임상실험기간동안보다 더 길게. 문제는 이 약들의 혜택이 그렇게 영원한가이다. 10년전에 심근경색을 앓은 여든 살의 환자, 이 약을 먹으면서, 정기 검진을 받으면서, 괜찮다고는 하는데, 해마다 조금씩 약해지고, 잘 잊어먹게 되고, 무릎관절교체수술을 하고 지팡이를 짚어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제 이 약들의 해로움이 이로움보다 많은지를 생각해봐야 할까? 실제로 논문의 저자 스스로, 베타차단제때문에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심장이 천천히 뛰게 되었고, 혈압을 내리는 약때문에 기침하는 증상이 생겼고, 아스피린때문에 장출혈을 겪었다.

 

이 저자가 10년을 넘게 약을 먹은 뒤에서야 이런 해로움을 알게 되었다. 캐롤라이나 한국 교민여러분, 어떤 약을 먹건, 어떤 수술을 하건, 그에 앞서 내 몸의 온전함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하시고, 필요한 만큼만의 인위적인 약물을, 가장 적게 쓰고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용기를 기원합니다.

 

지면이 모자라 오늘 마저 올리지 못한 내용을 다음호에 이어 갈 것을 약속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박종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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