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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상승•노동법 단속 강화 등 여건 악화
LA 의류업계, 엘파소 이전 예상보다 빨리 진전 - 공장 부지 계약 등 준비
사진: 한인 의류업체들이 밀집해있는 LA 다운타운 패션지구.
LA 한인 봉제업체가 예상보다 빨리 엘파소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 도매 및 봉제 업체는 LA 패션디스트릭트(일명 자바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LA 시당국도 한인 의류업체들의 LA 탈출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LA 한인 의류업체는 올 초부터 조심스럽게 텍사스 엘파소로의 이전을 모색해 왔었다.
<한인 봉제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멕시칸 근로자들>
올해는 엘파소 현지에 실사단을 파견해 여건 파악을 한 후 내년 1월 1일부터 이전해 내년 3월 경부터 현지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부 한인 업주들의 경우 이미 생산기지 공장 부지를 계약하는 등 본격적인 이전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지난 10월 23일에는 40여명의 한인봉제협회 관계자들이 3일간의 버스편을 이용해 엘파소 현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공식 실사를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LA 시의회는 지난 6월,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순차적으로 15달러까지 인상하는 '최저임금 인상 조례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LA 의 시간당 최저 임금은 내년 7월 10.50달러, 오는 2017년 12달러, 2018년 13.25달러, 2019년 14.25달러, 2020년 15달러로 올라간다.
오는 2020년부터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해 인상된다. 의류협회 조내창 회장은 "내년부터는 오바마케어 확대 시행으로 종업원 의료보험료까지 책임져야 할 곳도 늘어나는 등 인건비 상승이 지나치다. 협회 임원들이 대략 계산한 결과 2020년까지 인건비가 현재보다 적어도 50% 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A 한인봉제협회는 2015년도 2차 정기이사회 10월 13일에 가졌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LA봉제업계에서만 20~40년 이상인 베테랑들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이젠 LA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최대성 한인봉제협회 당선자는 "개별적으로도 5명의 봉제업자와 500대 정도의 재봉틀을 엘파소에 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엘파소에는 최근 다른 한인업주 서너 명이 봉제공장을 셋업하고 있기도 하다"며 LA봉제공장의 엘파소 이전은 시작된 일이라고 말했다.
임금 인상 요인의 압박에 더해 지난해 한인 의류•봉제업체들이 밀집해있는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돈세탁•탈세 단속에 이어 최근 연방 정부의 노동법 위반 단속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기지 이전을 부채질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인의류협회 김대재 이사는 LA 타임즈와의 회견에서 '시간당 임금이 상승하고 한인 의류•봉체업체에 대한 단속이 잇따르는 시점에서 엘파소 생산기지 이전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연방 정부가 지난해 한인 의류업체들에 대한 돈세탁•탈세 단속 과정에서 선량한 업체까지 죄인 취급을 하는 것을 보고 한인 의류업계의 정치적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주류 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러한 한인 의류 업계의 LA 탈출이 가시화 되자 LA 시 당국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의 대변인은 '가세티 시장이 엘파소 생산기지 이전 소식을 듣고 시의회에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 융통성 있는 보건•안전 허가 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윌리엄 앨런 LA 경제개발공사 사장은 'LA 카운티와 LA 시의 역점사업은 영화와 의류 등 2가지다'며 '우리는 의류업계가 빠져나가면서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LA 다운타운 패션지구는 원래 유대계가 장악했던 곳이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한인 의류•봉제•원단업체들이 첫발을 내디디면서 한인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한인 업체 종사자들은 특유의 근면성으로 영역을 넓혀 지금은 패션지구 내 절반 가까이를 한인 업소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한인 의류상권 성장의 동력은 '빠른 회전' 과 저렴한 가격이었다. 리테일 체인점이나 작은 부티크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한인의류상권은 샘플을 보고 바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발 빠른 대응을 하여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즉, 주류 패션업체에서는 새로운 샘플이 나오는데 10주가 걸리지만 한인 의류상권에서는 2주마다 새로운 유행에 맞는 샘플들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역적으로 밀집돼 바이어들이 걸어서 샤핑을 하기가 용이한 점도 주효했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었다.
당시 미 주류 패션업체들은 하이엔드 제품이라는 이유로 한인 업체 생산품보다 몇 배의 가력으로 판매했다. 현재 LA의 한인 의류 업체는 2,000여개에 이르고 있다.
한인의류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류 관련 업체들이 밀집한 LA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내 한인업체수는 총 1972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의류관련업체가 90%에 육박하는 1756개를 차지했고, 액세서리업체 117개, 가방 64개, 신발업체 35개였다.
<엘파소 이전의 이점>
엘파소는 멕시코 국경과도 가까워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수급하는 데 유리하다. 또 LA시는 현재 시간당 9달러 임금을 적용하고 있지만 엘파소에서는 연방 최저수준인 7.25달러인데다, 아직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은 펼쳐지지 않고 있다.
노동법 단속도 LA처럼 강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무엇보다 LA 자바시장이 번성하기 전까지만해도 의류생산이 발전했던 곳이기도 해 적응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한인 업체들의 평가이다.
엘파소는 리바이스•랭글러•엑셀 등 유명 의류회사들이 터전을 잡고 있다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옮겨 실업률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전망>
의류와 봉제업체들의 동반 이전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LA자바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복 도매와 생산의 메카라는 이미지가 확고한 만큼 잘못 움직였다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인의류협회 김 이사는 "자바시장 봉제업체들 중 크게 고전하는 곳들은 이미 멕시코로 많이들 옮겨갔다. 인건비라도 줄여 살아 남을 수 있다면 엘파소가 아니라 그 어떤 곳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중심을 잡고 의류기지 이전을 끌어 갈만한 업체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윤곽이 좀 더 확실해 질 때가지는 관망하자는 쪽이 아직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LA 다운타운 내 자바시장을 비롯한 패션지구 일대 의류•봉제업체 40여곳이 엘파소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