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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자녀교육법에 ‘하브루타(havruta)’란 것이 있다.
히브리어로 친구라는 뜻의 이 자녀교육법은 자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공부법을 말한다. 하브루타의 핵심은 부모•교사가 정답을 말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도록 북돋는 것이다.
전성수(부천대 교수) 한국하브루타교육협회장은 “왜, 어떻게 등 질문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유대인 교육의 핵심”이라며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의 22%, 아이비리그 입학생의 30%를 배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양동일(43)씨는 자녀와의 대화 속에 하브루타(havruta)’를 실천하고 있다. 하루는 양씨가 자녀들과 나눈 두 번째 주제가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제기했던 ‘기찻길 딜레마’였다. ‘선로가 끊어진 기차 안의 4명을 살리기 위해 철도원 1명이 일하고 있는 다른 선로로 방향을 트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이었다.
두 남매는 ‘승객 4명을 살리자’와 ‘철도원을 죽게 해선 안 된다’로 입장이 갈려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정답보다 소중한 철학적 가치를 터득했다. 아이들은 “다수의 행복에 손을 들어 주려면 소수의 권리를 희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양씨는 “벤담의 공리주의나 롤스의 정의론을 달달 외우지 않고도 스스로 그 원리를 깨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하브루타의 결론에는 정답이 없고 모든 게 열려 있다. 전 교수는 “한국 부모들은 정답이 없으면 왠지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궁리할 수 있는 ‘생각의 물음표’가 많아야 사고력과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단지 대화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상 속에서 하브루타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금만 여유를 갖고 ‘어떻게’와 ‘왜’라는 단어만 잘 사용해도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브루타의 효과는 실제 교실에서도 증명된다.
2014년 부산교대 석사논문(장영숙)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하브루타 방식으로 과학수업을 진행했더니 일반수업보다 탐구능력 향상도가 월등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두 반을 비교했는데 하브루타 수업의 경우 과학탐구능력이 77.1점에서 103.1점(만점 120점)으로 높아진 반면 일반수업(79.2→76.9점)은 효과가 없었다.
전 교수는 조선의 문화를 꽃피웠던 세종의 리더십과 하브루타를 비교했다. 어전회의는 늘 세종의 두 가지 질문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와 ‘왜 그리 생각하시오’였다. 전 교수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좋은 부모이자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