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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50) 비오 신부(서울 무악재 성당 주임)는 20여년간 청소년들과 함께 살아왔다. 1996년부터 10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청소년 사목 지도신부로 일했다.
청소년•학부모 상담, 청소년 사목을 위한 '햇살 청소년 사목센터' 소장도 맡고 있다. 조 신부가 상담 사례를 23개 주제어로 엮은 '청소년 사전'(마음의 숲)이란 책을 펴냈다.
부제는 '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표〉 그는 "아무리 인격적인 부모도 자식에 대해서는 장님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내 자식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는 건 부모들만의 착각일 뿐"이라고 했다. "아이는 끊임없이 성장하는데 부모는 옛날 기억에 머물러 있어요. 아이의 세계를 놓치고 그 갈증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미루어 짐작해 버리죠. 소통이 막히면 대화는 늘 겉돕니다." 조 신부는 서울의 한 본당 보좌 신부로 있을 때 도둑질 하다 파출소에 잡혀간 아이를 만나러 그 엄마와 함께 갔던 적이 있다고 했다.
"재래시장에서 좌판 장사를 하며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분이었어요. '내 마음을 아느냐'고 절규하는데, 아이는 냉담하게 '몰라요' 하더군요. 정말 모르는 거예요. 엄마는 '그래도 다 알아주겠지'하고 믿어버렸는데…." '일진'들에게 담배와 본드를 사서 바치다 자기까지 중독이 된 것 같다는 고1 남학생은 "말해 봐야 일만 커지고 해결도 안 되고, 부모님 걱정만 시키고 보복당할까 두려워" 도움 요청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에게 애인이 생긴 걸 알아챈 한 여학생은 조 신부에게 이렇게 썼다. '오늘 또 엄마 화장이 달라졌다.
저러고도 내게 부끄럽지 않을까. 엄마를 저렇게 만든 아빠가 밉다. 나도 엄마를 닮게 될까 두렵다….' 젊은 시절 가난한 사람을 위한 사목을 꿈꿨던 조 신부는 "이 시대 가장 가난한 사람은 우리 아이들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성(聖) 요한 보스코는 '자녀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십시오'라고 했어요. 세상이, 학교가 험해질수록 부모와 교사들이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