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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오현 은퇴목사
독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만추(늦가을)를 알리는 10 월 달입니다.
지난 달 추분이 지나간 이후로, 이런 아침에 단층 오두막 창문을 열어 놓기만 하면, 풀숲에서 사는 벌레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시끄러울 정도로 울기 시작하더니 가을이 다 갈 무렵인 지금에는 좀 덜한 것 같습니다.
특히 그들이 이 해 삶의 마지막을 맺는 울음이라 생각하니, 싫어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대신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더욱이 코스모스가 산들 산들 거리는 가을 바람-향기를 상상만 해도 그네들의 노래 소리와 내 맘이 하나가 되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늦가을에 일어나는 자연의 소리를 듣기도 하고, 향기를 맡기도 하고, 단풍까지도 보면서 우리의 오관을 통해 자연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가을은 참으로 사색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삶의 기본 질문인 “인생”이란 생각의 줄거리를 세워 깊이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가을철의 멋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 (1623-1662)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했다 합니다. 갈대처럼 연약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인간은 생각하고, 사색하고, 명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피조물이란 뜻으로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연약하지만 그래도 계절의 변화 따라 순응하면서 빛깔이 바래지는 갈대처럼 인간도 자연에 어느 정도 순응하면서 살아가면 어떨까 합니다. 본래 갈대는 겉으로 보기에 연약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무들처럼 태풍에 쉽게 휘어져 부러지지 않습니다.
참나무처럼 강직한 인격을 선호하겠지만 아무래도 태풍에 쉽게 부러지고 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입니다.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갈대처럼 꼭 변화가 있어야 할 때 변할 줄 아는 사람은, 변덕스러운 인간이 아니라, 삶을 즐길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마음 속에 없어야 할 옹고집 대신 꼭 있어야 할 유연성을 간직한 분들이 참으로 “온유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어차피 와서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게 될 우리가 늦가을에 자연의 공통점을 찾아 인생의 가을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인생을 배울 수만 있다면 지혜로울 것입니다.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우리 인간의 측면에서 찾아 본다면---무르익은 과일, 쌀, 보리, 조, 수수, 콩, 감자 등의 열매를 거두어드린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가꾼 농작물을 수확할 때 공통적인 점은 치거나, 흔들거나, 따서 거둬들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삶 속에서도 추수할 것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진짜를 보호하기 위하여 알 곡이 아닌 것들을 내버리고, 도려내고, 떼어내는 일도 바람직한 작업일 것입니다.
인생살이에서 도려내고 떼어내야 할 것들이 무엇 인가를 사색하면서 마음이란 창고에 쓸데없는 것으로 꽉 찬 것이 있다면 비우고 대신 꼭 있어야 할 것들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생 살이에서 내버릴 것들, 도려낼 것들, 떼어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를 바로 잘 알아야 할 것 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비워야 할것은 다름 아닌 소유한 물질을 버리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물질을 비우는 것으로만 오인하고 또 그렇게 가르치기도 하고 그렇게 하려고 많은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을 버리러 하지만 성공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몸을 지니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물질을 비울 수 없는 필연적인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내버리고 도려내고 떼어내야 할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물질적 소유에 마음이 쏠려 떠나지 않거나 떠나지 못하고 딱 달라 붙어있는 마음이 문제란 것입니다. 모든 물질의 상징이며 그리고 인생의 성공을 달러(돈)로 환산하는 이 세상에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돈을 소유해도 집착하는 마음만 없다면 그 것이 바로 비움일 것입니다.
돈의 향기에 정이 붙어 돈과 떨어질 수 없는 마음이 문제이지 돈 그 자체는 아무런 죄가 없는 물질일 뿐입니다. 돈이란 것은 돌고 돌아 가는 것인데 돌지 못하게 손아귀에 꽉 붙잡아둔 것이 문제란 것입니다. 영성적인 것까지 포함해서 그 어떤 것에도 달라붙은 집착을 떼어내어 찧거나 빻아 버리는 사람만이 참으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일 것입니다.
더욱이 도려낸 집착과 애착이 시간이 흘러가 잘 삭고 썩어져 발효되면 생명의 향기를 피우는 사랑의 씨앗이 싹틀 수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버린 집착과 애착이 잘 썩어 밑거름이 되어가는 가을철이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그 밑거름 속에 감사와 사랑의 씨앗을 뿌리시는 하나님의 뜻이면 다음 달 칼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동안 안녕히 계십시오!
풍암(바람 바위) 박 오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