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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을까

“미국인 대다수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에 관해 절대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이상주의적인 도덕주의자들로, 덕을 제도화하고, 사악한 자들을 괴멸시키며, 악한 제도와 관행을 제거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한다”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토크빌이 1831년 처음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용어는 주목할 만한 사회주의 운동이 부재했던 미국의 역사를 특징짓는 개념으로 쓰여져왔다.

서유럽의 선진국 대부분은 노동당, 사회민주당 등 사회주의 정당이 민주주의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 왔지만,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거의 완전히 실패했다. 미국은 왜 이러한 예외적인 경로로 발전해 왔을까.
미국의 저명한 비교정치학자 세이무어 마틴 립셋은 그의 저서 “미국 예외주의”에서 미국이 그 독특한 기원과 역사발전 과정, 정치ㆍ종교제도로 인해 다른 서구 선진국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거의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덜 복지지향적이고, 덜 국가주의적이며, 더 방임주의적이고 더 애국적이고, 더 도덕주의적이며, 더 종교적이라는 점에서 ’예외적’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
그는 이러한 특성이 ‘미국적 신조’라고 불리는 미국인의 가치 체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본다. ’미국적 신조’란 자유, 평등주의, 개인주의, 포퓰리즘, 자유방임주의의 다섯가지 개념으로, 립셋에 따르면 이러한 미국의 가치 체계는 미국의 독특한 기원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무엇보다 혁명적 사건에서 출발한 ‘최초의 신생국가’였다. 결국 미국 예외주의는 새로운 사회로서 미국이 봉건적 구조, 군주제 및 귀족주의를 유산으로 물려받지 않았다는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
그는 미국 예외주의의 이중적 측면을 ‘양날의 칼’에 비유한다. 강한 개인주의, 성취지향적 가치관, 높은 수준의 개인적 책임감, 독립적 진취성이 작동하고 있는 반면, 이기적 행동과 공동선에 대한 경시, 세계 최고수준의 범죄율, 가장 불평등한 소득분배율과 낮은 수준의 복지체계 등은 이러한 미국 예외주의의 이중적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

미국적 신조를 기반으로 성취된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정치적 분위기. 자유로운 시장질서에 기반한 경제적 풍요는 미국 예외주의의 가장 밝은 면모지만, 이는 미국 우월주의로 연결돼 자유세계의 ‘수호자’로서의 패권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 예외주의의 특성만을 분석할 뿐, 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내놓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국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가치관의 공존과 갈등을 통해 현재의 미국이 탄생했다고 강조하는 그는 나아가 도덕적 타락과 가치관의 혼란을 막기 위해 하나의 단일한 사회적 가치관과 합의를 창출해야한다는 일부 논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선다.

좋은 공동체와 훌륭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다양한 분파들이 현재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자유로운 정치체제의 위대함은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인간적으로 고귀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 투쟁에서 분출되는 갈등을 제도화하는데 있다”는 그의 평소 신념이 읽히는 대목이다.

사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인의 강한 자민족 중심주의의 표현이자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노골적 정치 선전일 뿐이라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그런점에서 방대한 자료에 근거해 미국사회의 ‘예외적으로’ 긍정적인 특징과, ‘예외적으로’ 부정적인 특성을 밝히는 립셋의 작업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American Exceptionalism:A Double-Edged Sword by Seymour Martin Lipset
(한국어 번역. 문지영.강정인) <2006년 12월호 창간호 게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