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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새해에 독자님들께 인사 드립니다.
이 해에도 “떡국”을 먹으면서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늙어감을 재차 인식할 것입니다. 모순적인 표현이기는 합니다만 늙어가는 사실을 새롭게 인지함으로 새해를 새롭게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저의 나이는 만으로 치면 78 살이 되는 해입니다.
어떻게 나이를 계산하든 간에 세월이 여류 하는 사이에 쉼 없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인정하면서 내 나이를 누가 묻는다면 가장 정확한 답변이라고 생각되는 “1940 년 생”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다른 피조물과는 달리 인간은 많은 것들을 발명하고 발견 하면서 최첨단 의료 과학 기술로 나이 먹는 것까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거역하려 하면서 좀 더 젊게 보이려 하거나 죽지 아니하려고 안간 힘을 쓰지만 잘못된 인본주의적 사고방식의 부산물인 21 세기의 교만만은 뛰어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가요의 가사인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자연에 역류하려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오히려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에 살았던 우탁(1263 - 1342) 처럼 겸손하고 솔직해 지는 것이 나이에 걸맞게 살아가는 지혜가 아닌가 합니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더욱이 살상 무기인 핵폭탄 등등으로 인류가 까불 대면서 과학 만능만을 믿고 의지하다가도 자동화된 기계가 고장나거나 아니면 자연 현상인 지진, 화산 활동, 폭풍, 가뭄, 더위, 산불 등등의 위력에는 속수무책임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진리를 다시 깨달아, 어김 없이 늙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절대자와 자연에 경외와 겸허를 표하면서 좀 더 철든 모습으로 새해를 새롭게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특히 우리 지구촌 사람들은 다른 피조물들과는 달리 반드시 출생 신고로 이름과 생년월일을 보고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기의 정체를 알리는 의무를 바르게 수행하기 위해라도 나이를 잊지 않고 그대로 까놓고 기억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라도 바른 인간 관계를 맺는대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동서양 문화를 따질 것 없이 대인 관계에서 서로의 나이를 숨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어른인 체하려거난 아니면 젊은인 체하려는 불순한 동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여하튼 젊게 보이려하든 더 늙게 보이려하든 모두가 다 자신의 신원을 바르게 알려 주기를 꺼리는 것에서 오는 채신없는 짓 같습니다.
이렇게 ---체하려는 문화 때문에 모르는 사이에 인간 본연의 질서를 바로 잡기가 어렵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처음 만나 친교를 위해 이름과 나이를 똑 바로 알리고 싶은 이유 중에는 공동체 생활에 있어야 할 불문율의 규칙과 차례를 알고 삶의 질서를 함양하기 위함이며 사소한 것에도 정직 해보라는 양심의 소리에 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허공을 배경하고 어디론지 회전하는 느낌도 없이 돌아가면서 제가 태어난 후 밤낮으로 약 28470 번 이상 자전하기도 하고 동시에 태양 주위를 주기적으로 79 번째 공전을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라도 알고 싶은 심정에 나이를 알리는 것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태양을 중심하고 공전하기에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맞이하게 되고 그리고 자전하기에 밤낮을 보내면서 사람의 품위인 인격의 나이 테가 깊고, 넓고, 높게 쌓이게 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지난 정유년 한 해를 바르게-잘-아름답게 살아왔다면 그기에 걸맞은 인품의 테가 잘 쌓이게 되어 철이 올바르게 들었을 것이고 반대로 지난 한 해의 삶을 돈벌이만을 위해 극성스럽게 빨리 빨리 그리고 극단적으로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일을 하였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과거의 추억에 얽매어 별로 하는 것없이 멍하니 살아왔었다면 쭈그러진 겉살처럼 인격의 나이테도 쪼그라들고 찌그러진 꼴불견 상태가 되지 아니했을까 생각됩니다.
한 살 더 먹어가는 무술년 새해에는 창조자 앞에 완전히 무력한 인간임을 깨달아 무릎을 꿇고 지금까지 살아오게 하신 절대자 앞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이에 걸맞게 인간관계를 맺고 채신 있게 살아가려는 사회적 동물이기를 바랍니다.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인---체하려는 생활 방식을 버리고 스스럼 없이 각자에게 맡겨진 삶의 몫을 적당하게 차례대로 숨을 돌리면서 살다 보면 아무리 외모가 거시기 해도 인품에는 도움이 될 것임을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주워진 나이에 채신 있게 사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겠습니까만 인류가 생각해낸 과거 역사와 자연을 음미하면서 나이에 어울리는 것을 창출하기 위하여 시간과 장소에 얽매임 없이 언제나 어디든 새롭게 연륜을 스스로 만들어가시기를 빕니다.
절대자의 뜻이면 다음 달 칼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모든 것을 적당하게하고 질서 있게하라(고전14장 40절)
풍암 박 오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