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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들어 간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동지를 지났습니다.
바깥날은 더욱 매썹게 춥지만 곳곳에 밝힌 불들이 긴 겨울 밤과 송년을 뜻깊게 하고, 새해와 봄을 향한 희망으로 부풀리고 있습니다. 엇그제부터 몰려온 한파는 동부지역의 수은주를 영하로 끌어내렸습니다.
날씨를 생각하다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의 문단이 떠 올랐습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때문입니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힐링”란 말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지난 여러해를 유행처럼 우리 가슴을 다독거리기도 하고, 그앞에선 작아지기도 숙연해지기도 했던 그 말. 사전은 치유, 낫다, healing = process of making or becoming sound or healthy again 라고 정의합니다. 원래의 기능과 건강을 되찾는 과정이 힐링이고, 쉬운 우리말로 “낫는 것”입니다.
너무도 쉽고 흔한 “낫는 것”이 “힐링”이란 외래어의 후광효과를 엎고 우리를 숙연하고 차분하게 했던 것은 어쩌면 우리가 너무도 많은 상처, 그것도 낫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몸에 난 상처, 다친 마음, 오해로 헤쳐진 관계의 상처, 영혼과 의식의 상처, 탐욕과 과욕, 두려움과 파렴치로 저지른 민족과 역사에 대한 상처, 상처때문에 분해서 복수하려고 낸 상처,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상처들… 한 해를 매듭지으면서 저는 다시 한번 낫지 않은 상처를 낫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캐롤라이나의 여러분도 상처를 낫게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선의 7대 왕 세조, 왕권의 정당성이 모자라는 그는 국정을 통해 민심을 얻으려고 의약 장려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가 쓴 '의약론(醫藥論)'은 질병치료 원리와 의원의 자세를 논한 글인데, 그는 의사를 8가지로 나눕니다. '심의(心醫)', '식의(食醫)', '약의(藥醫)', 셋을 빼고 난 나머지는 낫게 하는 의사라고 보기 어렵다 생각합니다.
그 다섯은 '혼의(昏醫)', '광의(狂醫)', '망의(妄醫)', '사의(詐醫)', '살의(殺醫)' 입니다. 세조는 자라면서 아버지인 세종대왕의 긴 투병과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스스로도 오랫동안 피부병을 앓아 온천에 자주 행차한 것으로 실록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도자이자 스스로 아파 보고, 아픈 사람을 지켜 본 사람으로서 의원들의 문제점을 파악할 기회를 가졌던 그가,
의원들을 향한 윤리강령을 팔의론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에 특별한 선물이라 여깁니다.
캐롤라이나에 사시는 한국민 여러분, 2018년에도 몸과 마음의 틀은 반듯하고, 안팎으로 생기가 넘쳐나서 하시고자 하는 크고 많은 일들 열매 맺으시기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