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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오현 박사(Ph. D), 은퇴목사 (PCUSA) 겸 명예교수(Appalachian State University)
인생의 텃밭 봄이 다가오는 3월입니다.
농부들은 하늘로부터 받은 흙(땅)을 갈고 씨앗도 뿌리고 식목도 할 것입니다. 인류도 창조주로 부터 그냥 그저 흙으로 지음을 받은 몸과 그 몸속에 있는 혼을 쉼 없이 가꾸어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텃밭인 몸-맘을 인간이 만들지는 못하지만 일구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텃밭을 가꾸는 과정을 생각해보는 것도 일리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텃밭과 그 안에 뿌려진 생명의 씨앗이 바르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인생의 텃밭을 보드랍게 갈고 무성한 잡초를 뽑고 걷어 치워야 할 것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에게 주신 은사와 자유 의지 대로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삶의 텃밭을 가꾸고 보살피는 것이 인생이 해야 할 몫입니다.
인생 각자가 해야 할 임무를 하지 않는다면 신성 모독일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방식대로 인생의 몫을 다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인생의 목적일 것입니다.
옛날 시조 한 수를 인용하겠습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아직) 아니 일었느냐 재(고개) 넘어 사래(이랑) 긴 밭을 언제 갈려하느냐 -남 구만-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태어난 후에는 부단히 인생의 몫을 다해야 사람이 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이지만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은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은혜로 받은 텃밭에 있는 돌, 가시 덤불, 잡초 등등을 뽑거나 거두는 일은 사람의 임무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태어나서 사람이 되어감은 항상 현재 진행형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사람 되어 가는 길은 완성이 아닌 평생 과정이란 것이 사실이라면 텃밭에 필요 없는 것들이 또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자포자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인생이 본질적으로 미완성의 과정임을 깨닫게 되면 삶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오히려 즐거운 인생관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버릴 것이라 생각했었던 딱딱한 돌을 주워서 텃밭 가장자리에 두어 각자가 해야 할 몫을 알리는 경계선으로 삼을 수 있고, 원치 않았던 잡초 등등은 수시로 뽑아 마르게 해서 태우거나 텃밭 귀퉁이에 두면 비 온 뒤에는 스스로 썩어 발효되어 완전한 퇴비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버릴 것이 없다는 요령을 알고 인생관을 고쳐보면 우리 인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들이 있기에 오히려 감사할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말하는 소위 부도덕한 것들이 다만 적재 적소에 없었을 뿐임을 깨닫게 되면 선과 악의 차이는 종이의 앞뒷장 차이인 것을 알게 될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텃밭을 가꾸는데 있어서 몇 가지 주의할 점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생명의 텃밭을 마치 자기 자신이 소유한 화분인 양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손바닥만한 텃밭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텃밭과 비교하면서 열등 의식을 가지거나 시기-질투하거나 정죄하기도하고 아니면 자기 화분에서 자란 생명이 더 아름답고 바람직하고 탐스럽게 보여 애착과 교만함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대지에 깊이 뿌리를 뻗지 못해서 오래 가지 못할 것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어떤 이들은 자기들 텃밭 주위에 모아둔 돌로 이웃을 질식케 할 정도로 높은 울타리를 인공적으로 세워 놓고 결국에는 자기 텃밭에 자란 것만 완전무결하다는 생각으로 알게 모르게 양철 통에 넣어둔 완성품처럼 살아가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결국 우물안 개구리 안목을 가지게 되고 숨 막히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물론 도둑이나 야생 동물이나 이웃집 개나 고양이가 드나들지 못하게 적당한 울타리가 있어야 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햇빛이 비치지 못해 그늘진 삶이나 이웃과 소통 없는 숨 막히는 통조림-인생을 살기 쉽다는 약점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은 수시로 각자의 텃밭을 가꾸는 일에 도움이 될만한 책(경전)들을 읽고 묵상하면서 각자에게 주어진 텃밭이 대지 속에 뿌리 박고 있는가 하는 점과 훤하고 환한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미완성의 삶을 끊임 없이 펼쳐 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창조주 앞에 죄인임을 깨닫고 겸손한 자세로 화분 인생과 통조림 인생을 버릴 수만 있다면 평범하게 보이는 미완성 삶의 과정 속에서도 숨겨진 천국의 맛을 미리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달 칼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 때까지 건강하게 안녕히 계십시오!
풍암 박 오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