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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에게
‘사랑’이란 ‘시간’이란다.
노인은 지붕밑 침침한 다락에 올라갔다.
노인은 허리를 굽히고 박스가 쌓인 곳으로 갔다.
박스위에 쌓인 먼지를 조심스레 닦아내고 박스안에서 오래동안 잠자고 있던 앨범 하나를 꺼냈다.
다락의 창가에 다가가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에 앨범을 비추었다.
조심스럽게 앨범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그는 기억의 바다에 몰입되어 갔다.
비록 아내는 세상을 떠나 혼자 외로이 남았지만 그의 가슴에는 과거가 살아 움직이면서 되살아났다. 사진 한장 한장에 젊었을 때의 아내 모습과 아들의 모습이 박제된 새처럼 정지되어 있었다.
들고 있던 먼지낀 앨범을 바닥에 놓았다. 다시 상자를 뒤적이니 한창 자라나고 있었던 아들의 어린 시절의 일기가 손에 잡혔다. 노인은 아들이 일기를 썼다는 것을 들은 적도 본적도 없었다. 누렇게 색이 바랜 페이지를 넘기면서 한구절에 눈이 갔다.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바로 이 집에서 자란 아들의 목소리였다. 다락은 바닷가의 고요처럼 적막했다.
그 깊은 적막속에 세상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6살 아들의 목소리가 까마득히 잊어버린 과거의 시간으로 노인을 데려갔다. 노인은 아들의 일기 한줄 한줄에 회상에 잠기었다.
그러나 아들의 생각과 자기의 생각이 다른 것에 마음 아파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한창 사업을 할 때 몇년간 사업 일기를 썼던 것을 기억하고 아들의 일기를 덮고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나무로 된 낡은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 거실 옆 조그만 방 귀퉁이에 놓여있는 유리 책장에 다가가 유리문을 열고 노인이 사업할 당시의 업무 일지를 꺼내었다.
아들의 일기와 업무 일지를 책상위에 나란히 놓았다. 노인의 업무 일지는 가죽 커버에 노인의 이름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아들의 일기장은 낡아 흐트러져 있고 표지위의 아들 이름 ‘지미’는 거의 닳아서 보기도 힘들었다. 노인은 주름투성이의 긴 손가락으로 시간과 손때로 낡아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복원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아들 일기를 한줄 한줄을 어루만져 읽어 내려갔다.
노인은 자기의 일지를 다시 열었다. 한 구절에 눈길이 떨어졌다.
다른 나날에 비해 너무 간단히 적은 구절이었다. 깨끗하게 적은 필기체로 자신이 이렇게 적고 있었다.
“지미와 낚시하면서 하루를 허비했다.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
노인은 한숨을 쉬면서 같은날 7월 4일 지미의 일기장을 펼쳤다. 커다랗게 서투른 알파벳으로 눌러쓴 그날의 일기에 지미는 이렇게 적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낚시를 갔다.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당신은 세상에 대해 단지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당신은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