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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BO* 총재 (전 국무총리, 전 서울대총장)
정치.사회.교육 혁신
1. 교육 혁신
우수한 교육이란 결국, 낯선 상황이나 위기에 적응하는 능력과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을 갖춘 미래의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지도자들이 일찍부터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신감과 융통성을 겸비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자신감과 융통성이야말로 급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이들이 효율적으로 성공에 도달하도록 해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만약 학교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특성을 길러줄 만큼 양호하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어떤 지식이 가장 중요한지 묻는다면 나는 바로 ‘언어’라고 답하고 싶다.
특히 모국어는 도목수가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연장통과도 같다. 언어에 대한 지식이 깊고 넓을 때 우리는 비로소 명료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명료한 사고는 설득력 있는 추론을 가능케 해주며, 추론이 모여 사상체계를 형성하고, 사상체계가 모여서 마침내 하나의 문화가 형성된다.
활력이 넘치는 문화 없이는 그 어느 사회도 일류 제도를 구비하고 번창할 수 없다. 언어에 대한 숙련도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학교 졸업 이후에도 평생 동안 읽고, 말하고, 써야 한다.
끝으로,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일은 곧 훌륭한 사람을 기르는 일임을 항상 새겨야 한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묻는 일과 유리된 지식은 한번 써먹고 마는 소모품과 다를 바 없다.
한 개인이 아무리 잘나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필경 남에게 질시와 배척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며, 결코 어디에서도 존중받는 리더가 될 수 없다.
2. 사회 혁신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나락으로 빠져든 이유가 단순히 경제성장 전략의 문제만은 아니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질서 자체가 서서히 붕괴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맨 밑바닥에 불의와 부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세월호 사태 등 빈발하는 위기 상황을 겪으며 국민이 느꼈던 실망과 좌절, 분노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정부, 상식이 먹혀들지 않는 사회, 그리고 그 밑바닥에 끝간데 없이 거미줄 처럼 뻗어있는 부패의 구조였다.
돈 먹는 공무원, 돈 주는 기업인, 이권을 추구하는 정치, 기득권에 안주하는 언론계와 학계, 정의에 눈 감은 사법부, 도그마에 빠진 종교계, 그리고 영리 추구의 온상으로 변한 교육계, 우리 사회의 솔직한 단면이다.
이러한 부정과 부패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 이 구조가 ‘더불어 살기’보다는 ‘끼리끼리 살기’를 추구하고, 약자를 위해 정의를 세우기보다는 강한 자를 위해 불의에 눈감게 한다. 한 때 우리 사회의 공감대였던 ‘보다 나은 미래, 더 잘사는 사회’는 사라지고, ‘그들만의 잔치, 비상구 없는 사회’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부자인 사람’은 맞선시장에서도 환영받지만, 가진 것이 개인의 능력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은 그 능력을 펼칠 기회도 점점 줄어드는 사회가 되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있다. 결혼도, 취업도 할 수 없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그들이 좌절하고 병들어 가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도 함께 병들고 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러한 부정과 부패의 구조를 깨야 한다. 부정과 부패의 구조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부패하면 가장 먼저 정치권을 떠올린다. 그런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부패의 문제에 과연 정치권이 가장 선두에 있는 지는 의문이다. 나는 오히려 정치권의 부패를 거론하는 것이 다른 부문의 부패를 은폐하는 수단이 될까 염려스럽다. 교육계나 법조계는 부정부패로부터 진정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많은 사학재단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장수하고 있고, 몇몇 대형 로펌은 재벌 못지않은 권력과 부를 축적한 지 오래다.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이어야 할 교육 현장은 가장 권위적이며 위선적이기까지 하다. 판사와 검사들이 퇴직 후 대형로펌에 들어가면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몇 십억원의 돈을 번다. 여기에 개혁의 칼날을 세웠던 정권은 모두 격열한 저항에 부딪혔다.
공무원들이 수많은 산하단체를 관리하면서 현직에 있을 때는 이권을 챙겨 주고, 퇴직하면 그 것을 향유하는 구조가 이제 너무나 만연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좋을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재난은 우연히 그 빙상의 일각을 보여 주었을 뿐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가셨다. 그리고 그 분은 화해와 평화가 ‘정의의 결과’임을 분명히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 부정과 부패의 구조가 일소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진정으로 화해할 수 있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다.
*KBO: Korea Baseball Organ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