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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오현 박사(Ph. D), 은퇴목사 (PCUSA) 겸 명예교수(Appalachian State University)
안녕하셨습니까!
무술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땅과 하늘 사이로 걸어가면서 계절에 따라 떠나가는 것에 “환송”하고 돌아오면 “환영”하는 계절의 순환 과정을 지금까지 반복하다 보니 백발이 되어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연의 계절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인생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리를 건성으로 알았다가 “내 나이 되어봐!”라는 과거의 어른들의 말씀이 지금에 와서는 나의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본디 시한부 인생이다”란 진리를 몸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진리를 올 해 동안 현저하게 지속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많은 것들 중에는 기억하고 있었던 많은 고유 명사들, 전화번호, 비밀번호(컴퓨터)등등을 잊어버리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순간에 받은 영감을 종이 쪽지에 메모해 놓지 아니하면 바로 잊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볼펜과 메모 쪽지를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빨리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적재 적소에 꼭 필요한 언어가 생각나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래 가사와 읽는 글 중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구절을 외우거나 아니면 “내가 무엇을 언제 어디에 놓아두었다”라고 머리에 입력을 해두는 습관을 길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낡아진 몸이 맘과 일치 되지 않아 일어나는 불협화음으로 인해 짜증 낼 때도 많습니다. 그 때마다 정신과 육체가 서로 교감 될 때까지 의식적으로 기다린 후 움직이려는 생활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또 생각나는 것은 격세지감입니다.
흔하고 가까운 예를 들자면,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의식주 모두가 열악한 시대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모든 것들이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도 감사함이 없는 영적 결핍증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내적 결핍증의 핵심을 여러 말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것 보다 먼저 저항할 수 없는 호흡과 기력을 우리에게 선물로 허락하신 절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자본주의 생활 습성이라 생각해봅니다.
가인의 후예인 우리들이 -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 속에 자존자(스스로 있는 자)가 우리와 함께 계심을 까맣게 잊고 - 몸과 마음을 우리의 소유욕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마음대로 마구 부리면서 인본주의적인 문명과 문화에만 집착하면서 살아가는데 영적 결핍증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모든 기능 가운데 태아 때부터 받은 호흡과 기력은 절대자의 선물임을 알 것입니다.
깊이 생각하면 무엇보다 먼저 생명의 원천인 호흡과 기력이 주워졌기 때문에 인간의 오관이 작동되어 감정, 생각, 의지 등등 모든 행동들이 가능함을 깨닫게 될 수 있고,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쌀 한 톨이나 눈 깜빡하고 손 가락 움직이는 것까지도 기적임을 깨닫게 되어 감사함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이렇게 반추해보니 한 해 동안 저항할 수 없는 변화에 순순히 적응하면서, 소유-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이렇게 귀한 원초적인 감사-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2018 년 한 해를 쓸데없는 것들로 꽉 찬 “깡통” 인생으로 살지는 않았다고 자부하면서 한 해를 스스로 마무리 해봅니다.
하나님과 “NC 한국인 뉴스” 발행인님이 또다시 허락하신다면 다가오는 “기해” 년에도 칼럼을 통해 저의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칼럼을 늘 읽어 주시는 독자들께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새해~ 칼럼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잠언 16:31)
풍암 박 오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