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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BO* 총재
(전 국무총리, 전 서울대총장)
2003년 6월 문을 연 개성공단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오며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06년 1차 핵실험을 비롯해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3월),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2010년 11월) 등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때도 개성공단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었다. 중단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3월에는 경제.핵 병진노선을 천명한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은 같은해 3월에 실시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빌미로 남측 기업들의 개성공단 출입을 불허하고, 5만 3천여명의 북측 근로자들을 철수시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남측 주재원 전원 철수라는 초강수로 대응하면서 개성공단은 중단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후 남북 당국의 여러차례의 협의를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의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5개월여 만에 개성공단은 정상화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은 전면 중단된다. 북한의 1월 6일 4차 핵실험 강행과 장거리 미사일(로켓) ‘광명성 4호’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의 하나로 남측 정부가 개성공단을 중단시킨 것이다.
북한 역시 2월 11일 남측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남북 사이의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를 폐쇄했다. 또한 개성공단내의 남측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이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맞서 남측 정부도 같은 날 개성공단의 전력 등의 공급을 중단시켰다.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이유도 충분하고 그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 무기화와 로켓 발사 성공은 우리 안보에 큰 위협이다. 정부로서는 북한 제재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과연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이유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들의 볼모 가능성과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비로의 전용된다는 게 그것이다.
사실 이 두가지는 개성공단 건설합의서가 체결되었던 2000년부터 반대론자들이 줄곧 주장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임금 전용’은 증거가 없다고 통일부 장관이 고백했다.
그러므로 중단 이유는 ‘볼모론’ 하나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가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이 ‘볼모론’ 하나로도 개성공단 폐쇄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하고 국민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북한군이 전진배치되면 장사정포 사정권 내의 서울과 수도권 일부가 포함되어 위협이 커진다는 평가다. 이렇게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단’이 아니었다.
남북 사이의 ‘평화지대’이자 안전판이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 사태, 연평도가 포격 공격을 받았을 때도 개성공단만은 폐쇄하지 않았다. 또한, 개성공단은 통일경제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남한의 시장경제와 북한의 사회주의경제가 결합한 최초의 ‘한국형 통일모델’이었다. 자본 및 기술에 강점이 있는 남한과 토지와 노동력을 가진 북한이 결합해 상호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정부의 중단조치 직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개성공단 폐쇄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켜 한국의 국가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하여, 한국의 자본.경상.재정수지가 훼손되어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뿐만아니라 개성공단은 남북근로자 사이 소통의 장이자, 북한에 시장경제를 전파하는 매개체였다.
동독 출신 오스트리아 빈(Vienna)대학교의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독일 통일 전 동독인이 서독인을 접촉하는 경험은 물론이고 그냥 바라보는 경험만으로도 동독 체제에 매우 파괴적”이었다며 “개성공단은 거대한 남한측 선전기구”였다고 했다.
그로인해 북한 노동자들은 “남쪽이 풍요의 땅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개성공단 자체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평화적인 통일을 추구한다면 개성공단을 다시 살려야 한다.
경제는 물론 안보의 관점에서도 폐쇄보다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KBO: Korea Baseball Organ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