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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칼럼 - 아픔과 절망에서 희망과 치유로 바뀌는 것을 보는 기쁨

박종배 듀크대 부교수, 박종배 한의원 원장

 

삼월 하늘에 잊혀지지 않을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절망에서 희망을, 그리고 용기의 만세를 외친 고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그 소리를. 올해 일흔 두 살의 빨강 머리 할머니가 허리와 목이 아파서 여러 요법을 하였으나, 낫지 않다가 침치료를 세 번 받은 뒤 만족스런 효과를 보셨다면서, 20년 동안 약을 먹고 있는 남편의 우울증도 침치료를 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한번 진료를 해서 제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요인이 우울증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 말씀드리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두 분이 함께 진료를 예약하시고 오셨는데, 동갑내기 할아버지는 너무도 탄탄한 체격의 정말로 건장하신 분이었습니다. 할머니 말씀에 공군 조종사로 소말리아, 온두라스, 사우디 아라비아 하늘을 날아다니셨답니다.

 

아마도 전장의 독가스와 연기의 영향을 입은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공군을 의가사제대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얼굴에는 “나 별 기대 안해” 라는 무표정, “아내의 권유에 따라 왔거든”, “혹시나 해서” 라는 말없는 뜻을 전달하고 계셨습니다.

 

둘만 사는데, 할머니는 하루 종일 낮잠, 컴퓨터 게임, 신문만 보고 계시면서 목아프다 어깨아프다, 의욕없이 우울해있고, 살아있으면서도 산 사람같지 않은 남편이 안쓰럽고, 불쌍하고, 화가 난다 하셨습니다.

 

우선 희망이 있음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한 사람의 희망이 부부의 희망이 될텐데 생각함에 다짐의 힘과 어렴풋한 진단과 치료가 설계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서 있는 자세를 사진을 찍고, 아픈 목과 어깨를 살피고, 생기의 흐름을 회복하는 침치료를 한 뒤, 치료뒤에 아픈 정도와 서 있는 자세가 바뀐 것을 사진으로 비교하면서 저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전할때쯤, 할아버지께서 소년처럼 미소를 지으며 한국 하늘도 여러번 날아갔었다고 하시면서 다음 주에 보자고 하시며 악수했습니다. 일주일뒤, 침 치료받은 뒤로는 계속해서 아프지 않고 이따금씩만 아프다 하십니다.

 

한국에 갔을 때 한국군과 함께 눈덮인 휴전선 일대를 짚차로 가다가 길을 잃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갔다가 이북쪽의 경고사격을 받고 되돌아 온 얘기, 사귀었던 한국군 카투사 얘기로 무관심에서 저와 한국의 인연에 관심을 실어주기 시작하십니다.

 

과도한 혈압약이 가쁜 숨과 피로, 우울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그분의 심장전문의와 가정의에게 개선할 방법을 청하였습니다.

 

두 분이 함께 음악도 듣고, 일 마일씩 걷기를 추천하였습니다. 네 번째 진료를 받으신 뒤에 보훈병원 담당의사가 침 치료효과가 좋으니 보훈병원이 치료비를 부담할 수 있도록 승인신청을 하였다고 하십니다.

 

일흔 둘의 할머니께서 이제는 남편이 앞서서 산책하자고 하고, 요가도 같이 한다고 하면서 희망이 주는 어깨춤을 춰 보여주십니다. 그런데 삶이 희망으로 가득하기만 할까요? 이 부부가 보낸 절망적 세월들… 저는 삶은 절망할 일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어질지 않다고 이천년 전의 노자는 읊고 있습니다. 의로운 유관순 열사가 목숨을 잃어야 했던 일은 절망할 일입니다.

 

그런데 절망할 일에 희망을 불어넣을 역할은 내 몫이라 생각해봅니다. 아픔과 절망을 희망과 치유로 바꿔나갈 때 느낄 수 있는 기쁨은 삶을 살아볼 만하게 해 줍니다.

 

자기 자리에서 희망과 치유를 일구어가시는 존경하는 노스캐롤라이나의 교민 여러분 모두가 자기의 주인님이 되시는 삼월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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