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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비교적 요즘 세계 정치 풍토를 잘 기술한 것으로 nc한국인뉴스가 소개합니다.
=== 아래 ===
[만물상]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
예전에 한국 정치가 외신에 가끔 보도됐다.
국회에서 공중 부양에, 난투극까지 벌어지던 후진적 모습이었다.
그걸 볼 때마다 '언제쯤 한국 정치 수준이 민주주의 선진국인 영국이나 미국과 비슷해질까' 싶었는데 역설적으로 요즘 그리된 것 같다.
한국 정치 수준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영국과 미국 정치가 심각하게 퇴보해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고 있다.
▶9월 25일 열린 영국 하원을 영국 BBC는 '곰 우리'라고 표현했다. '곰 우리' 사태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만들었다.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밀어붙이려고 의회를 5주간 정회했다가 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았다. 급작스럽게 열린 하원 본회의에서 총리는 '겁쟁이' '배신자' '투항자' 같은 단어를 써가며 야당 의원들한테 삿대질하고 언성을 높였다.
자신에게 불법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비난하고, 브렉시트에 반대하다 피살된 정치인을 모욕하는 발언도 했다. 격앙된 의원들은 총리를 향해 "당장 사퇴하라" "감옥에 가야 할 사람"이라고 맞섰다. 요즘 어디서 보는 풍경이다.
▶부스스한 머리를 즐기는 존슨은 명문 이튼·옥스퍼드대 출신이지만 전통적 엘리트와는 정반대 스타일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보수당 소속이면서 "기업들 엿 먹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기자 시절 EU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 기사를 많이 써 영국 내 EU 회의론을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 그 덕에 '브렉시트 스타'가 됐다.
▶존슨은 '영국판 트럼프'로 불린다.
진짜 트럼프가 있는 미국은 조용한 날이 없다.
이번에는 대선 라이벌을 잡으려고 외국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스캔들이 터졌다. 둘의 통화 내용은 영락없는 부동산업자와 코미디언의 대화록이다. 탄핵 주장이 나오자 특유의 적반하장으로 역공을 퍼붓는다.
내부 고발자를 '스파이'로 몰아붙이고 언론 보도를 '사기' '쓰레기'로 비난한다. 한때 미국 정치에서 '거짓말'은 사형 선고와 같았다. 그런데 트럼프에게는 일상이고 국민의 절반이 그런 트럼프를 지지한다.
▶트럼프, 존슨 같은 사람이 미국과 영국 에 등장한 건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다.
미국의 역사학자 애덤 투즈는 '트럼프 현상'을 1차 대전 이후 히틀러, 무솔리니의 등장에 빗댄다. 경제적 불만과 불안이 커진 국민들에게 저질 선동이 먹혀드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트럼프가 선전포고를 트위터로 할까봐 불안해한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전쟁과 같은 비극으로 치닫지 않길 바랄 뿐이다.
<위글은 조선일보 강경희 논설위원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