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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토할 것 같아요"
지난 2017년 1월 13일 미 라디오 방송의 물 마시기 대회에 참가했던 제니퍼 스트레인지(28)는 대회 직후 괴로운 목소리로 이같이 호소했다.
라디오 진행자는 "대회에 사용된 것은 단순한 물이므로 곧 괜찮아질 것"이라며 그를 돌려보냈다.
약 5시간 후 스트레인지는 사망했다. 사인은 물 중독에 따른 뇌부종.
물 중독으로 사망한 예는 이 뿐이 아니다.
지난 2005년에는 시카고 주립대학의 동아리 신고식에서 19ℓ의 물을 한꺼번에 마신 학생이 숨졌으며 2003년에는 뉴욕대 학생 한 명이 같은 원인으로 사망했다.
이름도 생경한 물 중독.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뇌가 부어오르고 호흡 등과 같은 기초적 대사에 이상이 생겨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영국 BBC가 15일 보도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대부분 소변과 땀으로 배출된다. 체내 수분은 혈액 내 나트륨과 같은 성분들의 농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양의 물이 한꺼번에 유입되게 되면 콩팥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혈액 내 성분의 농도는 평소와 달리 매우 묽어지게 된다.
세포를 둘러싼 혈액의 농도가 묽어지면 세포는 혈액의 수분을 끌어들여 점점 부어오른다.
영국 왕립 할람셔병원의 법의학 전문의 로버트 포레스트 교수는 "마치 물에 불린 양파처럼 체내 장기가 부어오르기 시작한다"며 "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뇌는 두개골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에 부어오를 경우 심한 압박을 받게 된다"며 "이것이 두통으로 느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 중독에 따른 호흡곤란 역시 체내 장기들이 부어오르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하게 된다.
중독 증상은 물을 마신 직후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장이 물을 흡수하는 속도에 따라 수 시간 후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짧은 시간 내 수ℓ의 물을 한꺼번에 마시는 것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을 복용할 경우 심한 갈증을 느끼는 동시에 항이뇨 호르몬이 생성돼 같은 양의 물을 마셔도 더 치명적인 중독 현상이 올 수 있다. 콩팥의 기능이 저하돼 있는 노인들도 위험할 수 있다.
증상의 심각성에 비해 물 중독의 처방은 비교적 간단하다. 포레스트 교수는 "이뇨제 혹은 붓기를 막는 양을 복용하면 끝"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루 1.5ℓ의 물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