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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지도원 사살, 북 해군사령관이 지시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24일 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주검을 훼손한 사건에 관해 “반인륜적 행위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북한 당국의 답변과 조처를 촉구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북한 해군의 최고 책임자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현장의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북한 군당국의 의도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총격 사망과 주검 훼손이라는 초유의 일이 일어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21일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의해 희생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이 애도한다.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24일 오후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 정박해 있다.>



서 처장은 “북한군의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분명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처장은 “북한의 행위는 9·19 군사합의의 세부 항목의 위반은 아니지만,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9·19 군사합의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에게 엔에스시 결과를 보고받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도 이날 여야 만장일치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앞서 국방부는 21일 낮 서해 소연평도 남쪽 1.2마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업무를 하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 ㄱ(47)씨가 22일 밤 10시께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으며, 북한군은 그 주검을 훼손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 이날 국방부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복수의 의원들은 “북한 해군사령관이 총격 지시를 한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군사령관은 북 해군의 최고 책임자로 현재는 김명식 인민군 대장이 맡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은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영상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상태였다.

하지만 연설 하루 만에 터진 대형 악재는 남북관계 개선의 추진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환상’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여론 역시 좋지 않다. 남북관계가 꽉 막힌 가운데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 뒤 12년여 만에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 탓에 국민들의 대북 감정도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남북관계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다”며 “당분간 경색을 피하기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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