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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칼럼> 2021년에도 해는 또 매일 뜰것이다!

서 문 원

NC State University 명예석좌교수 (통계학/섬유공학)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50주년위원회 위원장, 전회장
트라이앵글한국학교 이사장



아, 2020년이 정말로 지나갔나?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끝이 보인다지만 확실하고 자세한 정보가 없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가야한다.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80일 동안이나 조각배를 타고 멕시코 만류 (Gulf Stream)에서 고기잡이를 했으나 단 한마리도 못 잡고 돌아온 노인이었다.” 그러나 앙상하게 뼈만 남아 돌아온 그 노인은 말한다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사람은 패배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무너뜨려 질 수는 있지만 패배될 수는 없다.)

그렇다. 우리는 지난 365일 싸워서 아무것도 못 얻은 노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코로나에게 질 수는 없다. 끝까지 싸워 이겨야 한다.     

 
작년 1월 1일에 나는 이렇게 기도하였다. “금년 2020년에는 제게 20/20 ‘완벽한 시력 (perfect vision)’과 영안 (靈眼)을 허락하사 한 해를 살게 해 주시옵소서.” 그런데 그 기도가 응답되었으니 공연한 기도를 하였나보다! 그분은 나에게 뿐 아니라 온 세계 인류에게 영안을 뜨게 하시고 삶이 무엇인가,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들인가를 깨닫게 하셨다.   

지난 1년 나는 여러번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이 텅 빈 맨하탄을 보며, 씨즌에 단 한 사람도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며, 세살짜리 아기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을 보며, 컴퓨터로만 하루종일 선생님을 만나며 “선생님 나 오줌마려! 화장실 갔다 와도 돼요?” 묻는 우리 한국학교 어린 학생들의 Zoom 수업을 보며, 북쪽에서 코로나로 한꺼번에 돌아간 삼촌, 숙모의 장례식에 가지 못하던 동료 교수를 바라보며, 집에 잠시 들려 안에는 못 들어가고 유리창에 입술을 대고 아기에게 뽀뽀해 주고 떠나는 간호사 엄마를 보며, 사람도 안 보이는데 하나님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외치는 목사들을 보며, 텅빈 가게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점원들을 바라보며.  


그런데 “앞으로는 이렇게 하고 사는 것이 정상 (norm)의 삶이란 것을 알고 준비하라”고 재수없는 예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보기싫어진다. 지난 한 해 동안 여러가지 하지말라는 주 지사의 지시를 많이 어기고 살아왔다. 나는 남에게 해가 되지않는 선에서 지사님의 말을 여러번 어겼다. 

뭐 뾰족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자꾸 애꿎은 손만 씻고 아무도 만나지 말라니 이건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는 여러가지 전에 못하던 기술을 습득하게 되었다. 늦게 아침을 먹을 때마다 찾아와서 노래해주는 새들의 목소리도 같은 새인지 분간하게 되었고, 정원의 나무들 하나하나를 가꿔주며 다 사귀게 되었다. 

그동안 돌아다니느라 보아주지 못하던 잔디밭 사각지대도 파랗게 만들었고, 뽑아버린 잡초는 트럭으로 반은 된다. 나는 아침쉐프가 되어 냉장고 재고정리도 하고, 김치도 담글 수 있게 되었으며, 고장나서 못 쓰던 진공소제기를 고치기도 더러는 버리기도 하고, 진달래 15 그루를 코로나 기념으로 입양하여 며칠을 애써 심었다가 반은 죽이고 반은 노루 밥으로 기증하기도 하였다. 

고추 30대를 심어 다 토끼 좋은 일 해주고 겨우 서너개 따 먹는 3류 농부가 되기도 하였다. 보통때 전혀 못 닦던 유리창들도 구석구석 투명하게 만들어 줬고, 무엇보다도 수십년 같이 살아 온 우리 집사람의 숨겨졌던 장단점들을 새로 발견하고 놀라기도 하였다. 

이 와중에 그래도 나는 좋은 논문을 하나 출간하였고 두 학회지를 위해 계속 편집인 노릇도 했으니 완전 무위도식은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수업으로 들어간 한국학교의 수많은 문제들, 또 2021년에 50주년을 맞는 재미과기협 (KSEA)의 50주년기념사업을 만들고 모금하기 위해 나는 2주 자가격리를 끝내고 불가능한 일들을 계획하는 가운데 집에도 못가고 한국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어려운 시간들을 더 버티려면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때를 기억하며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살아가는 사람들, 지금도 전쟁 가운데서 쫓겨다니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면 된다. 

한국에서 작년에 사 가지고 와서 못 읽었던 책 가운데 “태고의 시간들”이 있었다. 이 책은 2018년 노벨문학상을 탄 폴랜드 작가 올가 토카츄크 (Olga Tokarczuk)의 작품인데 내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두번이나 읽으며 친구가 되어준 책이다. 

이 작가에게 상을 주면서 스웨덴 한림원은 “그녀는 인간이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서술해 내는 데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극찬하였는데 우리는 지금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 책을 밤마다 읽으며 한없이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폴란드라는 나라와 그 국민들이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들로부터 받은 박해,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참혹한 삶을 읽으며 위로를 얻었다. 

이 책은 모든 비극적인 것을 아무 감정없이 하나의 서사시로 써 내려가고 있다. 
헤밍웨이의 소위 “무정한 서술방법 (hard-boiled style)”과 비슷하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현재 처해져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며 거의 기계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 

아무리 애써도 나의 힘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우리는 차가운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절대자 (하나님)에게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다행히 나는 2차세계대전, 8.15 광복, 6.25 한국전쟁과 피난살이를 겪었고 또 이 풍요한 나라에 와서 내가 파지 않은 우물의 물을 마시며 내가 짓지 않은 성벽에서 거의 60년간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왔다. 

이 코로나가 가져온 고난은 내가 겪은 지나간 날들이나 전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동의 적”이 있고 모두가 이 적을 물리쳐 이겨야만 한다. 그렇다, 마치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말처럼 우리는 절대로 지면 안되고 또 질 수도 없게 태어난 것이다.   


2021년이 밝아왔다. 헛된 소망이 아니라 참 소망으로 우리는 내일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은 정치이념이나 사회제도와는 별도로 나 스스로를 차갑게 바라보며 이성을 잃지 않고 현재를 바라보며 계속 싸워나가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다 함께 가는 길” 이란 이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크나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NC한국인뉴스》 독자 여러분, 힘 내세요, 
함께 이기며 나아갑시다! 여러분의 가정과 학업과 사업에 새해에도 하나님의 크신 축복이 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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