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청년들이 네슬레와 허쉬, 몬델리즈 등 세계적인 초콜릿 기업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주요 혐의는 수천 명의 어린 아이들이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농장으로 끌려가 ‘노예 노동’을 강요받을 동안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것이다.

코코아의 전 세계 공급량 45%가 생산되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자행되는 불법 아동 노동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코코아 업계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집단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는 8명의 말리 출신 청년들이다. 지금은 성인이 됐지만 자신들이 과거 어린아이였을 때 사기를 당해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농장으로 끌려가 노동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인권단체인 국제권리변호사들(IRA)은 원고들을 대리해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유명 초콜릿 제조업체인 네슬레와 허쉬, 바리 칼리바우트, 몬델리즈, 마스를 포함한 7개 기업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 기업은 코코아 농장을 직접 소유하지는 않으나, 코코아 공급망 안에 있는 농장들에서 이뤄진 불법 아동 노동을 알면서도 묵인했으며 결과적으로 이익을 본 혐의를 받는다. 원고 측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초콜릿 기업들과 계약한 주요 코코아 농장들은 적절한 보호장비를 갖춘 성인 근로자를 고용했을 때보다 적은 지출로 아이들을 부려 공급량을 맞출 수 있었다.

                                                                                                                                  소장에 따르면 코코아 농장으로 끌려갔을 당시 이들은 모두 16세 미만이었다. 이들은 약속한 급여를 받지 못했을뿐 아니라, 여권 등 여행서류도 받지 못하고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가족들에게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 채 수년간 일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아주 적은 양의 음식만 먹고 장시간 일했으며, 대부분 시간 혼자 보내야 했다고 한다.

8명의 원고 중 한 명은 11살일 때 월급 34파운드(약 5만 2000원)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동네 아저씨의 말을 듣고 코트디부아르로 갔다. 하지만 그는 2년 동안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일했고, 때로는 보호복 없이 살충제와 제초제를 뿌리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원고는 농기계 사고로 손과 팔에 흉터가 남았고, 끊임없이 벌레에 물렸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코코아 농장에서 일한 그는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수확 이후에 받기로 했던 임금을 아직도 받지 못했다.

피소 기업들은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네슬레는 “아동 노동은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코코아 공급망 내에서 아동 노동을 퇴치하고, 그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소송이 코코아 산업에서 아동 노동을 종결하는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못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