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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다녀온 약사 잘랐다가...美 대형병원, 억대 배상금 폭탄

연방 검찰이 직접 제소 “2억2000만원 물어주라”


미국의 대형 병원이 군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를 냈던 예비군 약사를 해고했다가 억대의 보상금 폭탄을 맞게 됐다. 이 병원은 전역 군인의 민간 부문 취업 불이익을 막기 위해 제정된 ‘군인 고용 및 재고용에 관한 법(USERRA)’ 위반으로 대대적인 직원 재교육까지 실시해야 할 처지가 됐다. 미 뉴욕 연방지검은 예비역 육군 중령이자 약사인 루이스 레고가 자신을 해고한 뉴욕 메모나이즈 메디컬 센터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이 합의로 마무리됐다고 8일 밝혔다.

메모나이즈 메디컬 센터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이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병원 측은 레고에게 해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병원은 또 1년에 한 번씩 직원들을 대상으로 USERRA법과 군 전역자의 취업상 권익에 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미 노동부 홈페이지


그간의 경위는 이렇다. 레고는 2016년 4월 메모나이즈 병원에 취업했다. 약국에서 일선 약사 인력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였다. 레고는 입사 여섯달뒤인 그해 9월 메릴랜드주 포트 데트릭 기지에서 열리는 육군 예비군 동원 훈련 소집 통보를 받았고 의무대 병참 장교로 참가하기 위해 이듬해 4월까지 휴가를 냈다. 훈련을 마치고 2017년 4월 업무에 복귀한 그는 상사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거나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하는 일이 잦았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상사들이 자신을 쫓아내려고 한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레고의 증언에 따르면 상사들은 레고에 대해서 여러 차례 ‘평가서’를 작성했고, ‘이 직무는 당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의 예비군 직무와 약국 관리자 일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며 훈련 참가를 위한 장기 휴가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훈련 참가 뒤 레고와 상사들의 갈등은 심화됐고, 2017년 6월 레고는 상사로부터 “당신은 곧 나가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자 USERRA 위반을 주장하며 병원을 제소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가 “해고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잘 해결 하고 싶다”고 말해 이를 철회했다.



수면 위로 올라온 갈등은 레고가 군 훈련 참가를 위해 두번째 휴가를 내면서다. 그는 소집 통보를 받고 2017년 7월부터 10월 2일까지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뒤 7주가 지난 2017년 11월 그는 병원 측으로부터 비용 절감책으로 약국 중간관리자 직책을 없애기로 했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100명이 넘는 약국 직원들 중 해고자는 레고가 유일했다. 또 비용절감으로 직을 없앴다는 병원측 설명과는 달리 레고의 해임을 전후해 신규 인력이 고용됐다. 레고는 군 전역자의 훈련 참가에 앙심을 가지고 진행된 부당한 해고행위라고 주장하며 제소에 나섰다. 미 법무부와 연방 검찰도 병원의 레고에 대한 고용계약 해지는 USERRA 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직접 레고를 대리해 병원을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국가가 직접 원고의 입장으로 나선 이번 소송은 결국 병원 측이 해고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을 포함한 각종 보상비용을 지급하고, 군 전역자에 대한 취업 차별이 없도록 직원들을 확실히 교육시키는데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소송의 법적인 근거가 된 USERRA법은 미국의 전·현직 군인들이 민간 부문에 취업하는데 있어서 각종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었던 1994년에 제정됐다. 전현직 군인들을 우대하는 미국 사회 특유의 풍토가 법제화로 이뤄진 사례로 볼 수 있다. 마크 J. 레스코 미국 뉴욕 동부지검 연방검사는 소송 합의 사실을 발표하면서 “USERRA법은 병역 수행 때문에 피고용인들이 직업에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단호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레고 중령은 국가에 명예롭게 봉사했다가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며 “검찰은 메모나이즈 병원처럼 이 법을 준수하지 않은 고용주가 없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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