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으로 송유관 마비...
‘어둠의 세력이 주도한 해킹 공격에 에너지망이 무너지고 주유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다.’ 공상 과학 영화에 나왔을 법한 시나리오가 미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동유럽에 기반을 둔 해킹 조직 ‘다크사이드’가 지난 7일 미 동부의 송유관 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랜섬웨어 공격을 가해 운영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다크사이드’는 작년에만 서구 기업 80곳에 사이버 공격을 가해 수백 억 달러의 손해를 입혔다고 한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관은 텍사스를 출발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메릴랜드를 지나 뉴욕까지 8850㎞에 이른다. 미 동부 전체 석유 공급의 45%를 책임지고 있으며, 5000만명 이상의 인구가 여기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자가 운전이 기본인 미국에서 이 혈관이 막히자, 나흘 만에 동부 각 주에서 주유난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The Colonial Pipeline
The pipeline can carry roughly three million barrels of fuel a day over 5,500 miles
from Texas to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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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 에너지 관리국 |
샬롯의 '코스트코' 주유소에 11일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미 동부 석유 공급의 45%를 책임 지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지난 7일 동유럽 해킹그룹 '다크사이드'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송유관 운영을 중단한 뒤 3~4일 만에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다른 동부 주에서도 주유난이 시작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주유를 하시려면 줄 끝을 찾으셔야 해요. 전 그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요.”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사는 앨리샤 디바인은 이날 오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있는 주유소에 주유를 하러 갔다가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미 앞서 들른 네 곳의 주유소에서 ‘기름이 떨어졌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 다섯 번째 들른 코스트코 주유소에 처음 기름이 있었지만, 이미 수많은 차들이 코스트코 주변 도로를 따라 길고 긴 줄을 서있었다. 디바인은 트위터에 영상을 공유하며 “이 줄은 미쳤다(insane)”고 적었다.
미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한 주유소에 10일 밤 주유를 하려는 차량이 가득차 있다.
지역 방송 기자인 그렉 서스킨은 트위터에 이 영상을 공유하며 "이것은 미쳤다"고 전했다. 미 동부 석유 공급량의 45%를 책임 지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지난 7일 동유럽 해킹 집단 '다크사이드'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지 사흘 만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등 동부 주에서 주유난이 시작된 것이다.
주유소를 안내해주는 '가스버디 닷컴' 에 따르면 11일 버지니아주에 있는 주유소 3900곳 중 7.7%가 기름이 없다고 보고했고,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주유소 5400곳 중 8.5%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노스 캐롤라이나 애슈빌에 사는 마틴 브로스만은 주유소에 가득 찬 차량 동영상을 공유하며 “어떤 주유기에는 특정 종류의 기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 근방의 주유소마다 미리 주유를 해놓으려는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유류를 저장해 놓으려고 석유통을 들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애틀랜타 조지아의 한 주유소에 주유를 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AFP 연합뉴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측은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송유관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일종의 ‘사재기 주유’로 이어지면서 며칠 간 주유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지난해 코로나를 겪으면서 집집마다 휴지와 타이레놀 같은 비상약을 사놓는 습관이 생겼다. 송유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런 심리를 건드려
새로운 ‘패닉 바잉’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주말까지는 송유관이 가동을 재개할 것”이라며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 휴지를 사들였던 것이 결국 필요 없는 일이었던 것처럼 연료를 쟁여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주지사 로이 쿠퍼는 에너지부 장관 등 연방 관리들과 통화했다고 밝히면서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빠른 정상운영이 재개될 것이라 하면서 개스비를 부당하게 올려받는 곳이 있으면 신고하고 개스를 끝까지 꽉 채우려고 서두르지 말라고 트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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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e Gouging Complaint: 1-877-5-NO-SC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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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21-05-12 03:2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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