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진보 부자 단체, 

바이든표 부자증세 지지 시위

전광판 앞에서 팻말을 들고 기타를 치며 구호를 외치는 백인 중년 남녀의 정체는 ‘애국하는 백만장자들(Patriotic Millionaires).’ 진짜 백만장자들이다. 이 단체는 연소득 100만달러(11억4000만원) 이상 또는 자산 500만달러(56억9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이들만 가입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애국하는 백만장자’는 공화당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에 반발해 2010년 발족한 회원 200여명의 시민단체로, 최저임금 인상과 부자(富者) 증세, 인종 평등 등을 요구하는 진보 성향이 강한 조직이다.

'애국하는 백만장자들'이 17일 미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최고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덜 내고 있다며 내건 시위 전광판. 억만장자가 "나한테 세금 때릴 수 있으면 때려봐(Tax me if you can)"이라며 대중을 조롱하는 듯한 문구를 삽입했다. /AFP

이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최근 총 4조달러(4532조원) 규모의 미 인프라 투자안을 내놓으면서 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데 대해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화당 등 보수진영과 대기업, 월스트리트에서 거부감이 커 증세 관련 입법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시위대가 베이조스의 집을 택한 것은 그가 순자산 1850억달러(211조원)에 이르는 최고 갑부 때문이란 상징성 때문으로 보인다. ‘애국하는 백만장자’는 이날 뉴욕 뿐 아니라 워싱턴 DC의 베이조스 집 앞,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집, 미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의 워싱턴 본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의 워싱턴 호텔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시위 전광판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대표적 억만장자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 단체 창립자인 에리카 페인은 “베이조스는 백치 같은 이 나라 세법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자산을 고려하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애국하는 백만장자들'이 17일 미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최고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덜 내고 있다며 내건 시위 전광판. 억만장자가 "나한테 세금 때릴 수 있으면 때려봐(Tax me if you can)"이라며 대중을 조롱하는 듯한 문구를 삽입했다. /AFP

시위를 벌인 백만장자들은 ‘부자 증세’의 대상일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부자에 대한 연방 소득세 최고세율은 기존 37%에서 39.6%로,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은 20%에서 39.6%로 두 배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연소득 40만달러(4억5000만원) 이하의 중산층·서민에 대해선 증세가 없고 오히려 감세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애국하는 백만장자들’의 회원 가입 조건으로 보면 이들 역시 바이든표 부자 증세의 대상이 맞는다. 그러나 소득·자산 규모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베이조스 같은 억만장자보다는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