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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7일 “9월11일까지 모든 미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이 춘계(春季) 대공세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그러나 수도 카불의 함락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바이든은 철군을 되돌리지 않았다. 1월 20일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 후, 미 국방부의 새 수뇌부는 전임 대통령 트럼프가 탈레반과 약속한 ‘평화 협정’상의 철군 시점인 5월1일을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바이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이든이 볼 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목표인 이슬람 테러집단 ‘알 카에다’ 제거는 이미 완수됐다. 그는 미국의 ‘아프간 국가 재건(nation-building)’ 노력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미 국방부, 철군 결정 되돌리려고 막바지까지 로비
미 국방부는 늘 아프간에 병력을 남겨두고 싶었다. 작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은 남녀 미군이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돌아와야 한다”는 트윗을 게재했을 때에도, 미 국방부는 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바이든은 상원의원과 부통령 시절,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대테러 전쟁’으로 규정하고, 미국 증강(surge)을 줄곧 반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 국방장관인 로이드 J 오스틴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1월22일 3000~4500명 규모의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는 방안을 건의했다. 많게는 당시 미군(2500명)의 배가 되는 규모였다. 이들은 미 정보기관의 결론을 근거로 “탈레반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강력해졌고, 2,3년 내 알카에다가 이프간에 새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2월3일 민주‧공화 양당이 의회 내에서 만든 ‘아프가니스탄 스터디 그룹’ 패널도 “5월1일이라는 철군 날짜에 집착하지 말고,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준수하는 정도를 따져서 철군 날짜를 조율하라” “날짜에 매달리면, 다국적군이 떠나는 순간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3월 들어, 오스틴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마지막 노력을 했다. 오스틴 장관은 2014년 이라크에서 미군 전투병력이 철수한 뒤 이슬람 테러집단 IS가 기승을 부려 다시 미군이 증강된 것을 바이든에게 상기시키며 “우리가 전에도 본 영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확고했다. “아프간 정부가 지금 탈레반을 막을 수 없다면, 언제나 할 수 있지”란 그의 질문에 아무도 답을 못했다.
◇바이든은 “국가 재건은 미군 업무 아니다” 확고해
수도 카불이 함락된 뒤인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수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했다. 그는 애초 미국이 아프간에 들어간 “분명한 목표”는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를 소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두목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것이 벌써 10년 전(2011년 5월2일)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우리의 아프간 임무는 ‘국가 재건(nation-building)’이 아니며, 통일되고 중앙집권적인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아프간에서 미국의 ‘유일한 국익’은 “미 본토에 대한 테러 공격을 예방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부통령 시절에도 “‘대테러 작전’에 초점을 맞춰야지, 반군 진압이나 국가 재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미국이 뭘 하든, 아프간은 또다시 내전에 돌입할 것이 분명하고, 미국은 절대로 이 내전을 막을 수도 없고, 끌려들어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16일 연설에서 “지난 20년간, 미군이 철수하기에 좋은 시점이란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아프간군이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도 자기 나라를 위해서 기꺼이 죽으려 하지 않는 전쟁에 미군이 가서 싸우고 죽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 유권자의 70% ‘영원한 전쟁의 종식’ 원해
이미 미군 중에는 부모가 싸웠던 아프간 전쟁에 대(代)를 이어 싸우는 자녀들이 있다. 또 2001년 9‧11 테러때 태어나지 않은 병사들도 많다. 시카고 카운실의 7월 여론조사에선 70% 미국인이 ‘9‧11까지 철군’을 희망했고, 반대는 29%였다.
게다가 지금 탈레반은 전력(戰力)이나 사기 면에서 충천한 상태다. 미군이 다시 들어가면 탈레반을 제압할 수는 있겠지만,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 미국 여론이 이를 지지할 리가 없다.
◇바이든의 관심은 국내와 중국
오바마 시절 백악관 고위 참모였던 찰스 쿱찬은 미 공영방송 NPR에 “트럼프가 왜 이겼고, 재선에서도 거의 이길 뻔했는지를 보라”며 “미국 유권자들은 ‘세계만 얘기하고, 미국은 충분히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떡하라고’라며 불만이었고 트럼프는 여기에 응답했다”고 말했다. 바이든도 “칸다하르(아프간 남부 도시)가 아니라 캔사스에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또 대외 관계에 있어서도, 바이든은 “수십 년간 미국의 발목을 잡은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중국과 같은 적(敵)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아프간 미군 철군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한 뒤,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으로 떠나기 위해 인근 레슬리 맥네어 기지에서 마린 원(Marine One) 대통령 전용헬기로 걸어가고 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