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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의 성과와 과제…


"3단 엔진 예상보다 40~50초 일찍 멈춘 탓...원인은 분석 중"


누리호 발사 장면(사진=항우연)


순수 국내 기술로 처음 쏘아올린 누리호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목표 궤도까지는 잘 도착했지만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큰 성과를 냈지만 과제도 남은 셈이다.

21일 누리호 발사 후 오후 7시경 진행된 브리핑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직원들은 내년 5월로 예정된 2차 발사에서는 이번 문제를 꼭 해결해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이유는 그 절정의 순간에 계획한 초속 7.5km의 속도에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위성 발사체라는 것은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정확히 올리는 것이 위성발사체의 성능이다”며 “1.5톤의 위성을 고도 700km에 정확히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초속 7.5km속도로 진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발사 직후부터 서서히 가속도가 붙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 부장은 “누리호가 고도 55km에서 속도 초속 1.8km를 내줘야 하고, 2단 엔진 가동 고도인 252km에서는 초속 4.3km여야 한다”며 “3단 엔진 단계에서는 1.5톤의 위성을 안착시키기 위해 초속 7.5km까지 다다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리호를 구성하는 수십만개의 부품이 어느 하나 말썽을 피워서도 안 되지만, 실제 누리호를 발사해보니 궤도 진입 속도가 1차 발사의 ‘아쉬운 한 걸음’으로 남게 됐다.

초속 7.5km에 다다르지 못한 원인은 해당 단계에서 힘을 써줘야 할 3단 엔진이 예상보다 일찍 멈췄기 때문이다. 3단 엔진은 7톤급 액체엔진으로, 계획대로라면 521초동안 연소돼야 하지만 475초만에 끝났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밝히는 중이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 “저희가 누리호 비행을 지켜봤을 때 3단 연소 시간이 40~50초 정도 일찍 종료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계측된 데이터를 다 보진 못했다”며 “다운로드 받아 연구원들이 분석해봐야 하는데, 그러기엔 아직 시간이 부족했고 이는 며칠 더 걸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념 및 사실 확인 차원에서는 몇 가지 조심스레 언급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사실 고도 700km보다 더 높거나 낮아야 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고, 목표 고도에서 궤도 속도를 넘는 것이 중요했다”며 “고도 부분은 속도에 따라 조종할 수 있는 것이고, 700km보다 더 올라가야 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원장은 “비행 전 계산한 바로는 연료가 부족하거나 엔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7톤 엔진 개발의 까다로움에 대해서도 짚었다.

고 본부장은 “7톤 엔진은 (75톤 중대형급 엔진보다) 빨리 개발해서 완성했다고 볼 수도 있고, 7톤 엔진의 추력이 75톤 엔진의 10분의 1이니 쉽지 않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7톤 엔진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75톤 상황보다 노즐이 더 가혹한 조건에 놓이게 돼 개발이 더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히 시험을 했고, 인증을 마쳐 비행했기 때문에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엔진 쪽 이상이라기 보단 다른 원인이지 않았을까 현재로선 추측한다”며 “그렇지만 데이터를 상세히 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7톤 엔진은 누리호 단계별 개발 목표 중 1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2010년 3월 개발에 착수해 2015년 7월에 개발,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2단계인 2019년 2월까지 75톤급 엔진의 경우 지상용 및 시험 발사체 용도로 개발을 마쳤다.

항우연은 이번 발사 시험에 엔진을 적용하기 전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100여회에 달하는 검증 시험을 통해 신뢰도를 확보했다. 75톤급 액체엔진은 총 33기의 엔진을 사용해, 지상 및 고공모사환경에서 총 184회 실험했다. 누적 연소시간으로는 1만8천290초를 수행했다. 7톤급 액체엔진은 그간 12기 엔진으로 시험해 총 93회, 누적 1만6천925.7초를 수행했다.


고도 700km에 다다를 때까지의 비행 과정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특히 이번 발사의 핵심인 75톤급 엔진 4기가 묶인(클러스터링) 1단 엔진이 제대로 작동해 목표 고도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누리호 엔진 제원(사진=항우연)

75톤급 엔진 4기가 함께 움직이면서 총 300톤급의 추력을 낸다. 1단 엔진은 누리호의 하부에 구성돼 전체를 든든히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때 클러스터링 기술로 엔진 4기의 정확한 정렬과 균일한 추진력이 맞춰줘야 한다. 기술적 난이도 높은 부분이 이 클러스터링 기술이다.

클러스터링 기술에는  ▲엔진 화염 가열 분석 및 단열 기술 ▲엔진간 추력 불균일 대응 기술▲엔진 4기 조립, 정렬 및 짐벌링(방향제어) 기술 등이 필요하다. 발사 전까지는 지상 시험이라는 환경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완벽히 검증됐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누리호 1차 발사에서 1단 엔진 단계 목표 고도에 수월히 올라, 클러스터링 기술 또한 신뢰성을 확보하게 됐다.

단 분리 과정도 ‘착착착’ 이뤄졌다. 이륙 후 고도 59km 지점에서 1단, 191km에서 페어링, 258km에서 2단, 700km에서 위성모사체가 분리돼야 하는데, 이번 시험발사에서 무사히 수행됐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 정상적으로 수행됐다”며 “75톤급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 돼 300톤급 추진력을 내 1단부 비행을 비롯한 각 단 분리와 성공적 점화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발사로 상당 수준의 국내 발사체 기술이 축적된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75톤급 엔진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이후 성능개량 및 클러스터링을 통해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 활용될 예정이다. 내년 5월에 예정된 2차 발사 외에도 추가로 4회 발사에 대한 예타가 지난 6월 통과된 상태여서, 향후 개량된 발사체에도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추가 발사는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열기 위한 신뢰성 확보 차원이다. 자국 기술의 발사체 개발까지는 정부 주도로 이뤄졌으나 향후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을 통해 우주 생태계를 확장해나갈 전망이다.

2025~2030년에는 500kg 이하의 소형위성 수요증가에 대비해 누리호 기술을 소형 발사체 플랫폼으로 연계 및 확장할 계획이다. 2030~2040년에는 저궤도 대형위성, 정지궤도위성 등 다양한 우주 임무 수행과 관련한 국내 수요가 풍부할 경우 대형발사체 플랫폼 관련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1톤급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중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국가는 아직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설계, 제작, 시험, 인증, 발사의 전 과정을 독자 기술로 수행했다.

누리호 발사 CG 장면(사진=네이버 KARI TV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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