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민
- 교육
- 음악/동영상
- English
로스앤젤레스(LA)와 시카고가 미국 대도시로는 처음으로 기본 소득 보장 실험을 추진한다고 미국 NBC 방송이 11월 8일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화된 양극화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 실험이다.
두 도시는 내년부터 1~2년 동안 저소득층 주민 일부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며 사회·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할 계획이다.
로스앤젤레스는 1년간 3200가구에게 매달 1000달러(약 118만원)를, 시카고는 5000가구에게 2년 동안 매달 500달러(약 59만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두 도시 모두 이번 실험에 투입하는 비용을 시(市) 예산으로 처리한다. 로스앤젤레스는 3800만달러(약 449억원), 시카고는 3100만달러(약 367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로스엔젤레스는 저소득층 가운데 최소 한 명의 미성년자를 부양하거나 임신하고 있는 가구 가운데 수혜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와 관련해 재정적·신체적 고통을 겪은 경우는 선발 우선권을 준다. 시카고는 수혜 대상을 무작위로 선정한다.
앞서 미국 중소 규모 도시들이 소수를 대상으로 기본 소득 실험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대도시가 이같은 실험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2019년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미국 최초로 주민 125명에게 2년간 500달러씩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등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잇따라 도입했다. 스톡턴시는 기본소득 정책을 추진한 결과 수급자들의 전일 고용율이 올랐고, 불안감과 우울증이 감소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코네티컷대 경제학교수 스티븐 로스는 “고전 경제학 모델에 따르면 사람은 돈이 많아지면 일을 덜 하려고 한다지만 스톡턴시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는 달랐다”면서 “기본 소득의 수혜자들은 노동을 하려는 의지가 컸고, 노동시장에 잘 적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도시에서 진행하는 더 큰 규모의 실험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고 했다.
터비스 전 스톡턴 시장은 로스엔젤레스와 시카고의 기본 소득 실험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큰 세 도시 가운데 두 곳에서 실험을 추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성과가 나타나면 기본 소득 정책
지지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본 소득 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 행정학과 개리 페인터 교수는 기본 소득 수혜자의 수입이 많아지면 기존에 누리던 복지 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편부모 가정의 경우 기본소득을 받아 사회보장 혜택이 줄어들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면서 “기본소득 정책을 마련하면서 다른 복지 정책과 충돌하는지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펜실베니아대 기본소득보장연구센터 국장 겸 테네시대학교 조교수인 스테이시아 웨스트는 “이미 시행 중인 대규모 복지 정책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 소득 수혜자들은 복지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카고의 일부 시의원들은 “기본 소득 보장이 근본적 빈곤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또 다른 세금인상 빌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트 오셰이 시카고 시의원은 “팬데믹이 촉발한 노동력 부족 상황에서 손에 현금을 쥐어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지적했다.